“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이민호, 운명 같은 안효섭 눈빛 속 흔들림→판타지 거부감 털고 감정의 변주
빛나는 재회와 설렘이 교차한 순간, 이민호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유중혁을 연기하는 자리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은 그에게서 묻어나는 긴장과 기대, 그리고 깊은 진심이 한 묵직한 인터뷰 속에 스며났다. 10년 만의 영화 출연임에도 이민호는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색으로 운명의 길을 걸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싱숑 작가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된 어느 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주인공 유중혁과 뜻밖의 동료들, 그리고 멸망 이후를 버티는 이들의 생존 판타지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이민호는 “20대 때는 삶의 정서적 해소를 위해 연기했다면, 이제는 시간과 경험의 무게를 담아 유중혁처럼 운명을 사명으로 받아들인다”며 깊어진 자신을 전했다.

화려한 주인공 이미지에 대한 부담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오랜 세월 대중이 미화한 ‘멋있는 이민호’와 캐릭터의 실체 사이에서, 배우 본연의 고뇌와 함께 유중혁을 진정성 있게 설득하려 애썼다는 고백이 인상 깊었다. 그는 “유중혁의 처절함과 내면의 아픔이 드러나야 세계관이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감독의 주문에 따라, 외적인 강인함 너머의 상처와 인내, 그리고 묵묵한 헌신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판타지 장르에 처음 도전하며 느낀 개인적인 갈등도 언급했다. “판타지라는 선택이 지나치게 ‘이민호’다운 길이 될까 망설였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색이 작품에 필요함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는 고백에는 오랜 고민 끝에 맞이한 성장의 흔적이 담겼다. 대규모 제작비와 흥행 기대치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존재감으로 새로운 세계에 질문을 던진다.
동료들과의 호흡에서도 진한 교감이 느껴졌다. 김독자 역의 안효섭에 대해 “어릴 때 봤던 눈빛 그대로여서 안심됐다. 현장에서 김독자 그 자체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선배로서 굳이 코치를 할 게 없었다”며 후배에 대한 신뢰와 세대 공감을 드러냈다. “안효섭이 ‘나의 연예인’이라며 존경을 표현한 순간, 지난 10년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회상에는 묵직한 뿌듯함이 번졌다.
원작자인 싱숑의 상상력에 기댄 영화이지만, 이민호가 그려낸 유중혁은 고립과 소외를 넘어 시대의 동반자적 메시지를 품어낸다. “개인화, 고립화된 세상에서 결국 사람은 함께할 때 위로받는다”는 작품의 주제가 배우의 삶과 맞닿으면서, 스크린 안팎에서 뜨거운 공명이 일어났다.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등 매력적인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23일 전국 극장가에서 관객과 대면한다. 원작의 신선함과 대형 프로젝트의 압도감, 그리고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가 한 데 모이며 벌써부터 올여름 극장가에 감정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