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 속 자금 숨통”…현대차·기아 협력사 6천300억원 지원→수출 경쟁력 강화
세계 자동차 산업이 미·중 지정학적 대립과 보호무역주의의 회오리 속에 놓인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자동차·부품 추가 관세 부과로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기아가 하나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공동으로 현대차·기아 협력사 대상 총 6천300억원 규모 맞춤형 저리 금융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도로 가동된 이번 조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경쟁력과 수출 기반을 지키기 위한 신속한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자동차 협력사 우대 금융' 프로그램은 현대차·기아와 하나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에 400억원의 재원을 합작 출연함으로써 출범했다. 이를 바탕으로 무역보험공사는 하나은행을 통한 6천300억원 규모 대출의 보증을 제공하며, 협력사들은 일반 금리 대비 최대 2%포인트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보증 한도 확대, 보증 기간 연장(최대 3년), 보증료율 인하(0.65%) 등 금융 조건의 획기적 개선도 마련됐다.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의미는 제조기업, 즉 현대차·기아가 직접 무역보험기금 출연자로 나선 전례 없는 행보로, 공급망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장기적 파트너십을 견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사례다. 실제로 18일 충남 아산시 디와이오토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는 디와이오토, 서진산업, 엔티엠 등 현장의 3개 부품기업이 각각 200억원 등 총 430억원의 1·2·3호 보증서를 전달받았다.

성 김 현대차 사장은 "금번 수출 금융 상품은 미 관세 등 통상 환경 변화로 부담이 가중된 부품 협력사뿐 아니라, 완성차 기업의 공급망 안정에도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은 해소됐고, 한국이 주요국과 비견할만한 경쟁 조건을 확보했다"며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자금 지원 대책이 지속될 것을 예고했다. 앞으로 미국 시장의 통상 정책과 주요국 자동차 산업 리스크가 어떻게 변화할지 불확실성이 남아있으나,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기업과 정부, 금융기관의 다각적 협력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주요 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