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CDMO 전환 가속”…일본 기업, 글로벌 바이오 생산지 확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신성장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 제조기반 기업인 후지필름과 AGC바이오로직스가 CDMO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전세계 세포치료제 생산 거점을 신속히 늘리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진입 가속이 ‘글로벌 바이오 생산지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GC바이오로직스는 1일부터 일본 요코하마 기술 센터에서 세포치료제 공정 개발·임상용 생산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번 확대를 통해 기존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콜로라도 롱몬트 라인업에 일본 허브가 더해지며, 아시아 지역 CDMO 시장까지 단번에 공략하게 됐다. AGC바이오로직스는 아사히글라스 그룹의 바이오 CDMO 자회사이며, 최근 네덜란드 바이오커넥션과의 바이알·주사기 무균 충전 위탁생산 제휴, 요코하마 내 항체·mRNA 생산공장 건설에 나섰다.

후지필름은 필름 및 카메라 사업 중심에서 바이오 CDMO로 사업을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 ‘바이오 USA’ 전시회에서 대형 부스를 마련한 데 이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등 현지의 대규모 세포배양 CDMO 공장에만 12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균형 있게 확장하며, 실적(트랙레코드)과 기술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CDMO 사업은 신약 직접 개발과 달리, 생산 공정 기술력만으로도 의료·제약 기업들로부터 위탁받아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뛰어난 제조·품질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보다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도 투자 회수 및 성장경로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삼성, SK, 롯데 등 국내 기업까지 속속 CDMO 진출에 나선 실정이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의 바이오 보안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이 중국 기업의 해외 진입에 제약을 주고, 일본은 현지 및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일 제조 허브의 위상이 약화되고, 여러 국가의 CDMO 기업들이 유럽·미국에서 대규모 인수합병과 생산시설 확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생산생태계의 재편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후지필름 등 일본 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전통 사업 부진을 극복하고, 바이오 CDMO 시장에서 신성장 모델을 확립하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등은 “향후 CDMO 기업들의 글로벌 M&A와 시설투자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도 기술·규모·글로벌 진출 전략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바이오 예방·치료제 개발 수요 확대와 맞물려, 일본 기업들의 ‘바이오 CDMO’ 진출전략이 실제 시장 재편의 주요 변수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생산 역량의 결합,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도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