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없이 타사로”…SK텔레콤, 가입자 이탈에 보상 혜택 총력전
전례 없는 위약금 면제 방침이 통신업계 가입자 경쟁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SK텔레콤이 해킹 사고 보상 명목으로 이달 14일 24시까지 타사로 이동하는 기존 고객에 한해 위약금을 면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대규모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고 있다. 업계는 “보상 정책과 프로모션이 가입자 쟁탈을 부추기는 통신 3사 경쟁의 분기점”이라 평가한다.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시행 이후 번호이동 수치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12일 알뜰폰을 제외한 번호이동 건수는 4만2307건으로, 위약금 면제 발표(4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킹 사고 직후인 4월 28일 4만4825건, 5월 1일 4만2785건에 이어, 최근 며칠간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5월 5일 1만여명에 불과했던 SK텔레콤 이탈 가입자는 12일 2만7931명으로 껑충 뛰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KT(1만3734명), LG유플러스(1만4197명)로 이동했다.

이슈의 배경에는 위약금 부담 해소를 계기로 대기수요가 폭발한 점, 그리고 KT·LG유플러스가 공격적 프로모션을 펼친 점이 맞물린다. SK텔레콤은 이탈 방지와 신규 영입을 위해 8월 요금반값, 12월까지 월 50GB 추가 데이터, 스타벅스·파리바게뜨·도미노피자 등 브랜드 5개월 50% 할인 등 혜택 공세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른바 커피·피자 쿠폰 등 마케팅이 ‘탈출 러시’에 제동장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통신사별로 보조금 유치 경쟁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갤럭시S25, 아이폰16 등 전략 단말기를 월 10만 원대 이상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으로 사실상 공짜폰에 가깝게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유통망에선 알음알음으로 부가서비스 가입까지 포함해 추가 지원금 제공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통신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해킹 사고 등 보안 이슈가 직접적 가입자 쏠림 현상까지 유발했다는 점에서 정책·보상 체계의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분석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보상과 가입자 이동권 보장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규제 가이드라인이 더욱 명확하다.
업계는 위약금 면제 종료일인 14일을 정점으로 가입자 변동폭이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실제 5일부터 12일까지 SK텔레콤 이탈 누적 가입자수는 12만4414명이지만, 공격적 ‘리텐션’ 전략으로 절반 이상을 다시 확보해 순감은 5만3832명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후부터 총 7만93187명이 타사로 이동, 누적 순감은 57만6037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보호와 명확한 가입자 권리 안내가 통신 산업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며, “보상 정책이 일회성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제도 혁신 논의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보상 경쟁이 실제 시장에 어떤 변화를 남길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