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우승”…고프, 사발렌카 제압→프랑스오픈 정상 복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환호와 팬들의 박수 사이, 코코 고프가 라켓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10년 전 세리나 윌리엄스가 만들었던 역사를, 고프가 다시 한 번 새로 썼다. 단순한 우승 그 이상, 한 명의 젊은 챔피언이 세상을 향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 순간이었다.
고프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를 세트스코어 2-1(6-7 6-2 6-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이 펼쳐진 롤랑가로스 센터코트에는 역사적인 장면을 함께 하려는 관중의 열기가 가득했다.

경기 초반 양 선수는 치열한 포핸드 대결을 펼쳤다. 1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졌고, 고프는 먼저 한 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특유의 탄탄한 집중력과 파워를 내세워 흐름을 뒤집었다. 2세트부터는 공격과 수비 밸런스가 완벽하게 살아나며 사발렌카를 몰아붙였다.
고비마다 깊은 앵글의 스트로크와 빠른 풋워크,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백핸드로 사발렌카의 공격을 차단했다. 마지막 3세트 막판, 고프의 결정적인 백핸드 위닝샷이 코트를 가르며 승부가 결정됐다. 스탯에서도 고프는 에이스 7개, 더블폴트 2개로 강한 서브와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고프는 테니스 밖, 사회에 대한 생각을 꺼냈다. 미국 내 정치적 혼란과 소수민족 커뮤니티의 현실에 대해 “저와 비슷한 외모의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우승해서 모두가 웃을 수 있게 하라’고 했던 말이 힘이 됐다”며 가족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승리로 고프는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10년 만에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을 제패한 미국인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에 이어 흑인 여성 선수로는 두 번째로 대회 정상에 올라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현장에서는 미국 국기를 흔드는 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프는 “유색 인종 커뮤니티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사회적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정치적 혼란 속에 유색 인종과 여성 소유 기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고프의 우승이 큰 울림을 준다”고 조명했다.
SNS 상에서도 르브론 제임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 등 유명 인사들이 고프의 우승을 축하했다. 고프는 지난 해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제임스와 나란히 미국 대표팀 기수를 맡았던 바 있다.
세계 랭킹 상승이 예상되는 고프는 다음 투어 일정을 준비할 계획이다. ‘프랑스오픈 정상 복귀’, 젊은 챔피언의 새로운 역사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