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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논란”…이통사 ‘공포 마케팅’에 업계 경계 목소리
IT/바이오

“SKT 위약금 면제 논란”…이통사 ‘공포 마케팅’에 업계 경계 목소리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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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지난 4월 해킹 사고 이후 약정 위약금 전면 면제, 요금 할인, 데이터 추가 제공 등 대규모 고객보호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결정은 4월 19일 이후 해지한 고객, 그리고 이달 14일까지 해지 의사를 밝힌 약정 고객까지 위약금 환급 및 면제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고객 신뢰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며 시장 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와 맞물려 일부 경쟁사들이 위약금 면제 조치를 계기로 고객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공포 마케팅’ 전략에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SK텔레콤이 공식 발표한 위약금 면제 정책은 공시지원금, 선택약정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해지 고객은 위약금을 별도 환급받고, 기존 약정 기간 내에 해지해도 불이익이 없다. 동시에 최신 보안 솔루션인 짐페리움(모바일 악성코드 방지 등 기능)을 1년간 무상 제공하며, 8월에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요금을 50% 자동감면하는 방침도 내놨다. 여기에 8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50GB의 데이터 추가혜택까지 더해, 이번 ‘고객 감사 패키지’의 전체 규모는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보상책 발표 직후, 경쟁 이동통신사(통신 3사)는 일부 대리점 및 유통망에서 “이번에 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아이에게 피해가 간다”, “SKT에서 내 개인정보가 위험하다” 등 자극적 문구를 내걸고 번호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통신사별 내부 고객응대 시나리오엔 “SKT가 위약금까지 면제하는 건 더 막을 수 없다는 신호”라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현장에선 이른바 ‘불법 보조금’까지 포착되며, 시장질서 혼란과 불공정 경쟁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공포 마케팅”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산·학·관 합동조사단 발표에서 2차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쟁사들이 SKT 해킹 사고 이후 ‘과도한 불안 조성’을 통해 단기적인 번호이동 이득을 노린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대리점 일부에서는 ‘위약금 전액 면제’ 홍보문구와 함께 고가형 스마트폰에 과도한 보조금을 얹은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 주말 기준, 주요 플래그십 모델이 공식 지원금(약 50만원)을 제외해도 추가로 80만원가량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주요 통신사의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29만명의 정보 유출 사고 발생 뒤 약 60억원 규모의 유료 서비스 무상 제공으로 대응했으며, KT는 2012년과 2014년 대규모 유출에도 불구하고 별도 고객 보상책은 내놓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약정고객 보호와 신뢰 회복을 위해 종합적 패키지를 제시한 것은 국내 통신 산업 내 고객보호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차별화된 고객 케어 정책과 달리 과도한 고객 불안 마케팅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 판촉 효과를 노린 과열 경쟁이 오히려 고객 불신을 자극할 수 있다”며 “위약금 면제 등 고객보호 조치가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자리잡는 것이 산업 건전성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이슈가 실제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또는 단기적 이벤트로 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술 진보와 고객 권익, 시장 윤리 간 균형이 앞으로 통신산업 신뢰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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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위약금면제#공포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