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앙은행, 성장둔화 맞서 0.5%p ‘충격 인하’…금융시장 기대감 고조→완화 기조 전환 주목”
인도 뉴델리의 한낮, 여름빛이 번지는 은행 본사 앞 광장에 조용한 긴장감이 서린다. 최근 인도중앙은행(RBI)이 발표한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금융권과 실물경제 전역을 관통하며 울려 퍼졌다. 올해 6월, RBI 통화정책위원회(MPC)는 기준금리인 레포 금리를 종전 6.0%에서 5.5%로, 금융시장의 일반적 예상치인 0.25%포인트를 배로 뛰어넘는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인도 경제의 심장 박동을 재조율하는 한순간의 결정이었다.
배경에는 뚜렷한 성장둔화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인도의 2024∼2025 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에 머물러,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0∼2021년 -5.8%까지 추락했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건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정책적 응답이 교차하고 있다. 이에 RBI는 연이어 세 번째 금리 인하와 더불어, 은행 지급준비율도 3%로 대폭 낮췄다. 산제이 말호트라 총재는 "성장과 물가의 역학이 변했다"며, 선제적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빅컷(big cut)으로 받아들여지며, 당분간 인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동시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간 완화적으로 유지되었던 통화정책 기조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중립적’으로 전환됐다. 과감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RBI는 2025∼2026 회계연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여전히 6.5%로 제시했다. 성장의 동력과 물가 안정,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균형을 비롯한 신중한 행보가 엿보인다. 시장 전문가 사크시 굽타 HDFC은행 연구원은 이번 조치 이후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인도 경제의 향방을 손꼽아 주시하고 있다. 주요 신흥국 가운데 올해 가장 과감한 금리 인하 폭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 환경과 금융 흐름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동시에 완화에서 중립으로의 정책 전환은 인도 경제의 다음 행보에 대한 해석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높은 성장의 꿈과 냉엄한 지표 사이에서, 인도의 올들어 세 번째 정책 전환은 아시아 금융권 전체에도 서서히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