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출하 급증·국제 유가 하락”…한국은행 4월 생산자물가 0.1%↓→5월 전망에 긴장감
시린 이른 아침, 서울의 거리는 맑은 공기를 머금으며 또 하루를 연다. 공장 굴뚝의 희미한 연기와, 만물시장의 활기가 교차하는 2024년 4월의 끝자락. 통계의 언어는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의 역동을 조심스럽게 그려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한 120.24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북극의 찬 바람처럼 시선을 끄는 소식이 아닐지라도, 농산물 출하량의 증가와 국제 유가의 하락이라는 세계적 파동이 국내 경제의 심장에 부드러운 진동을 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하락은 2023년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찾아온 조정으로, 아직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하면 0.9% 높은 수준이다. 이 작은 변화 속엔 생산의 첫 순간에서부터 세계 시장으로 흘러가는 복잡다단한 여정이 응축돼 있다. 농림수산품이 1.5% 낮아졌고, 공산품 역시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 아래로 기우는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양파와 오이, 익숙한 밥상 위 재료들이 각각 15.8%, 35.1%씩 값이 내려가며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한편, 돼지고기와 달걀, 그리고 수요에 따라 오르내리는 전자부품들만이 어둑한 그래프 위에서 우뚝 세워졌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국제 유가가 주춤한 탓에 석탄 및 석유, 화학제품 가격이 떨어졌고, 농산물도 출하량이 많이 늘어 가격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5월 들어 평균 원유 가격도 전월보다 약 6% 내려앉았으니,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5월 생산자물가 역시 하방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공급물가지수 역시 한숨을 내쉰다. 수입품을 포함해 0.6% 하락했고, 원재료와 중간재, 최종재 모두 조금씩 가격의 무게를 낮추었다. 세계 시장과 수출 현장을 아우르는 총산출물가지수 역시 4월 들어 0.3% 하락하며, 농림수산품, 광산품, 공산품이 함께 변화의 파도를 탐색한다.
시장은 이 변화를 조심스럽게 주시한다. 전문가들은 농산물과 국제 유가 움직임이 당분간 생산자물가의 하락 요인으로 머물 것이라 해석했다. 과연 계절이 한 번 더 바뀔 무렵, 5월 지표는 어떠한 곡선을 그려낼 것인가.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의 지지부진함과 농산물 출하의 활기가 이어진다면, 물가의 완만한 내림세가 다시금 기록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봄과 여름 사이, 이 땅의 경제는 조용히 숨을 고른다. 세계적 공급망의 변화, 국제 유가의 등락은 한반도의 생산 현장에 메아리처럼 전해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질문,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글로벌 변수 속 어떤 숨결로 우리 일상에 스며들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