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빛이 도시를 감싼다”…예술과 기술이 만난 축제, 밤의 서울이 달라졌다
요즘 밤이 깊을수록 한강에 사람들이 더 모인다. 예전엔 단순한 산책로나 데이트 코스였던 한강변이, 이제는 빛과 예술의 현장이 되고 있다. 이번 가을, 뚝섬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는 그런 변화를 상징한다.
많은 시민들이 ‘레이저아트’ 전시를 보러 강변을 찾는다. 해가 저문 한강에 수놓인 빛줄기들은 누군가의 일상에 신선한 감각을 더한다. 아이들과 손잡고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연인과 나란히 밤하늘을 바라보는 풍경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다. SNS에서는 “빛섬축제에 다녀왔다”며 환상적인 레이저 쇼와 직접 참여한 ‘라이트 런’의 모습을 공유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는 3회 만에 서울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축제로 도약했다.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시민참여형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연령과 취향에 따라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올해는 ‘빛의 스펙트라’라는 주제로, 레이저아트와 라이트 런, 그리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빛섬렉처’까지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예술 창조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축제의 기획자들은 “빛으로 도심을 다시 정의하고, 예술이 곧 일상이 되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고 표현한다. 예술과 과학, 도시와 사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 야간 러닝 동호회 소속이라는 김주연(31) 씨는 “라이트 런에 참여했는데, 내가 직접 한강변의 퍼포먼스가 돼 움직이는 시간이 너무 특별했다”고 고백했다. 축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아이와 함께한 레이저쇼, 함께 뛰며 빛의 물결이 된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익숙했던 도시가 생경하게 보이는 경험, 그 짜릿함에 사람들은 한동안 여운을 간직한다.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는 이제 단순 구경거리가 아니다. 시민 각자가 예술의 주체가 되고, 빛이라는 언어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일상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축제.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