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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수출벽 앞 일본 스즈키 공장 멈춰섰다”…글로벌 자동차산업 초유의 파장→장기 공급난 우려 고조
국제

“중국 희토류 수출벽 앞 일본 스즈키 공장 멈춰섰다”…글로벌 자동차산업 초유의 파장→장기 공급난 우려 고조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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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오후, 일본 완성차 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희뿌연 안개처럼 번진 우려 속에서 고즈넉하던 스즈키의 공장이 5월 26일을 기점으로 웅크렸다. 이 거대한 정지의 파동은 국경 너머까지 번지고 있다. 닛케이와 NHK 등 주요 외신은, 스즈키가 자사의 대표 소형차 ‘스위프트’ 생산을 일본 내에서 중단했다고 5일 전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서 시작된 필연적 연쇄였다.

 

수십 년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뒷받침해 온 희토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심장부의 모터에 꼭 필요한 원료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4일부터 희토류 7종을 수출하려면 ‘특별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세계 공급망에는 조용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 가공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동차 산업은 물론 첨단기술 분야 전반이 거대한 의존의 실타래로 엮여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희토류 규제에 따라 생산중단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즈키는 외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부품 거래처들에는 희토류 부족이 이유임을 암묵적으로 전했다.

중국 희토류 통제 여파…‘스즈키’ 일본 공장 생산 중단
중국 희토류 통제 여파…‘스즈키’ 일본 공장 생산 중단

희토류 확보가 막히면서,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이 드러난다. 하이브리드·전기차용 부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부품업체들은 함께 숨을 죽인다. 미국, 유럽 일부 자동차 기업들도 조달난을 호소하며,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관통하는 하이브리드·전기차 시대의 여명에, 가장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진 순간이다.

 

중국 당국은 이 특단의 조치가 특정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관리 강화는 국제 통상 규범에 부합하고, 모든 국가에 비차별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미국, 유럽을 막론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파급 효과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세계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기로 앞에 섰다. 공급난이 장기화할수록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생산 차질, 부품 비용 급등, 나아가 각국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거대한 파동이 잔물결처럼 퍼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각각의 입장과 논리를 뒤섞으며, 이 위기의 끝에 무엇이 남을지 주목한다. 한 나라의 산업 자원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구조적 취약성 안에서, 아시아의 공장 불빛은 잠시 사그라지고, 글로벌 경제의 긴장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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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즈키#희토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