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발 수제천 전자음악 혁신”…ISEA 2025 오프닝, 전통의 떨림→미래 향한 격렬한 물음
차가운 한강변에 스며든 첨예한 공기 위,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섬세한 전자음이 밤을 가르며 퍼져나갔다. 미디어아트의 빛줄기가 물살 위를 흩질 때, 가재발의 손끝에서는 천 년의 숨을 간직한 우리 전통 ‘수제천’이 신비로운 음악적 언어로 재탄생했다. 거대한 물결이 지나가는 순간마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겹쳐졌고, 그 울림은 듣는 이마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떠올리게 했다.
국내 전자음악계의 선구자로 꼽히는 가재발은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25)’ 오프닝 무대에서 궁중음악 수제천을 전자음악으로 변주해냈다. 특히 아날로그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수제천 특유의 여백과 농현, 반복성을 세밀하게 직조하며, 디지털한 질감에 깃든 전통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깊이 전달했다. 전통의 흐름이 전자음과 맞닿으며 조용히 청중의 내면을 흔들었고, 그 여백에 깃든 영원을 노래했다.

가재발은 수제천을 “정적이면서도 영원의 염원을 담은 곡”이라 표현하며, 전통 정신의 현대적 확장을 꾀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제천이라는 이름에는 하늘처럼 맑고 오래도록 머무는 생명의 기원이 들어 있다”며 직접 연주에 담은 각별한 의미를 전했다. 이번 무대는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그룹 사일로랩의 미디어아트 작품 ‘윤슬’과 협업해, 한강이라는 공간성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전통과 미래, 실험과 정서가 새롭고도 낯설게 하나로 녹아내렸다.
ISEA 2025는 70여 개국, 천여 명의 미디어아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 전자예술축제다. 6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동동: 크리에이터스 유니버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서울 예술의전당·서울대학교·서강대학교·한강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과학·기술·예술·인간성을 아우르는 실험 정신이 공존하는 이 심포지엄에서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 비전이 새롭게 그려진다.
아트센터 나비,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하는 자리에서, ISEA 2025 의장 노소영은 “예술과 과학, 전통과 미래를 잇는 모두의 잔칫상”으로 이번 행사를 정의했다. 어려움과 거리감 속에서도 예술이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는 자신감과 기대가 고스란히 담겼다.
밤이 깊어지며 한강 위 빛과 음악은 더 오래 남아 청중의 감각을 흔든다. 천년을 달려온 수제천의 울림과 새로운 전자음악이 겹쳐지는 한순간, 문화와 기술의 소통이 낯선 감동을 전달한다. ‘ISEA 2025’ 오프닝 공연은 24일 오후 8시 무드서울 무대에서, 문화와 미래의 연결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