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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톡 결합, 계열사도 줄인다”…카카오, 80개 그룹 재편 가속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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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계열사 통폐합과 인공지능(AI) 플랫폼 융합을 중심으로 그룹 체질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년 만에 계열사 수를 142개에서 99개로 30% 감축한 데 이어, 올해 안에 80여개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13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지배구조 효율화와 비용 절감 노력을 동시에 추진해 미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 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카카오 AI 경영 체제 전환’의 분기점으로 본다.

 

카카오는 2023년 9월 CA협의체 사업총괄로 정신아 대표가 선임된 이래, 적극적인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취임 당시 132개였던 계열사를 현재 99개로 줄인 데 이어, 연내 두 자릿수로 감축한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중복 사업과 비핵심 부문을 정리해 AI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로이터와 가트너 등 시장조사 기관은 빅테크 기업의 설립 이후 과도한 계열사 분산이 핵심 경쟁력 저하 요인임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카카오는 AI 서비스 개발에 재원을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 2024년 2분기 영업이익 1859억원과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같은 재무 체질 개선은 AI 연구·인력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AI 분야에서는 사용자의 일상 서비스와 직접 결합하는 전략을 시도한다. 5000만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별도 앱 없이 챗GPT를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챗GPT 포 카카오’ 출시가 이달 말 예정돼 있다. 또한 스마트폰 내에서만 작동하며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우선한 온디바이스 AI ‘카나나 인 카카오톡’도 곧 공개된다. 자체 경량 AI 모델 ‘카나나 나노’와 MCP, 에이전틱 AI 등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오픈형 생태계 확장도 병행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서버 기반 AI 방식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 등 한계를 극복했다.

 

몸집 줄이기와 동시에 책임 경영 강화 정책도 공개됐다. 경영진뿐 아니라 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주주수익률(평가 지표) 연계 보상체계를 전면 도입했다. 아울러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5년간 500억원을 투입, AI 인재 육성 및 창업·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소상공인 통합지원 조직(TF)을 신설, 사업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플랫폼 파트너와 상생을 강화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서는 AI 플랫폼 중심으로 핵심 역량을 모으고, 비핵심 계열사와 서비스를 과감히 정리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국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도 조직 슬림화 및 AI 집중 투자를 병행하며 시장 변화에 맞선다.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는 플랫폼 내 AI 기술 적용의 개인정보·윤리 기준, 데이터 보안 체계 등 준법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카카오는 별도 앱 설치 없는 챗GPT 기능, 온디바이스 기반 AI 등으로 관련 규제 선제 대응 의지를 내세웠다. 전문가는 “플랫폼-생태계의 파급력과 윤리·신뢰 확보가 AI 시대 주도권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산업계는 카카오의 행보를 국내 ICT 기업의 구조 혁신 신호로 평가하며, 실제 AI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조직, 제도 모두를 가로지르는 균형 잡힌 전략이 미래 경쟁력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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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