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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중 6관왕 등극”…사격 선수, 성추행 적발→모든 기록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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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중 6관왕 등극”…사격 선수, 성추행 적발→모든 기록 취소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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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국제사격장, 정적을 깨고 오롯이 한 인물에게 쏠린 시선. 각 학교를 대표한 선수들 틈에서 서울 H고등학교 사격부의 A군이 시상대에 올랐다. 명백한 금빛 레이스였다. 이날 A군은 창원시장배 사격대회에서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 종목에서는 한국 주니어 타이기록까지 작성하며 특별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러나 숨겨진 그림자가 A군의 발끝을 잡았다.

 

대한사격연맹과 서울시사격연맹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5월 동성 후배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신체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8개월 자격정지 중이었다. 징계도 모자라, 바로 그 징계가 시작된 4월 23일에 창원시장배에서 첫 경기를 치렀고 정상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경남사격연맹은 관련 출전 경위에 대해 담당 직원이 모두 교체됐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징계 중 출전해 6관왕”…동성 성추행 사격 선수, 우승 취소 조치 / 연합뉴스
“징계 중 출전해 6관왕”…동성 성추행 사격 선수, 우승 취소 조치 / 연합뉴스

경기인 등록 규정상 징계 중인 선수는 등록 해지와 출전 금지가 명확하지만, 연맹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사격연맹은 “징계 사실이 5월 7일에 공식 문서로 확인됐고, 대회 당시에는 출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의 기록은 모두 취소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A군의 6관왕 실적과 한국 주니어 타이기록은 모두 효력을 잃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사격연맹은 경기인 등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관리 체계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맹 측은 현장 집행 과정과 행정 보고의 공백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수상 실적이 지워진 시상대 위, 차가운 실망이 흘렀다.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사격장을 찾은 관중들 모두에게 남은 충격의 여운은 길게 이어졌다. 대한민국 사격계에 남겨진 무거운 질문을 다루는 이 기록은 7월 16일 저녁, 스포츠 팬들의 마음에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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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선수#a군#대한사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