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 4전 전패 굴욕”…유럽 라이더컵 맹공→11.5-4.5 압도적 리드
잔뜩 기대를 모았던 세계 1위 셰플러의 모습에 경악과 탄식이 교차했다. 연속된 패배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표정, 한 번도 웃지 못한 하루. 거침없는 매킬로이의 뒷심과 함께 유럽은 켜켜이 점수를 쌓았다. 현장은 승리를 좇는 선수들과 숨죽인 팬들, 그리고 무너지던 미국의 무거운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떠안았다.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열린 제45회 라이더컵 남자 골프 대항전 이틀째 경기에서 유럽이 미국을 11.5-4.5로 크게 앞섰다. 셰플러는 첫날 포섬과 포볼에서 잇달아 패배했고, 이튿날 포섬과 포볼 경기 역시 모두 내주며 라이더컵 개막 후 4경기 연속 패배를 기록했다. 이는 1986년 남자 골프 세계 랭킹 창설 이후 첫날부터 3연패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다. 과거 이언 우즈넘, 타이거 우즈도 2연패에 그쳤으나, 셰플러는 쓰디쓴 4연패를 안았다.

반면 유럽의 에이스 매킬로이는 1승 1무로 출발한 데 이어 속속 승수를 쌓으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우승, 올림픽 메달, 라이더컵 원정 승리”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으며, 이번 원정 무대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역대급 활약을 펼쳤다. 유럽 팀은 포섬과 포볼 두라운드 모두 선전을 거듭했다. 미국은 오전 포섬에서 1승 3패, 오후 포볼에서 다시 1승 3패에 머물러, 결국 이날 경기 전체 판도를 빼앗겼다.
극적인 순간도 이어졌다. 미국의 J.J. 스펀과 잰더 쇼플리가 유럽 욘 람, 제프 슈트라카에 끌려가던 경기를 17, 18번 홀 연속 승리로 뒤집으며 한숨을 돌렸지만, 전체 흐름은 이미 유럽에 기울어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유럽의 티럴 해턴, 맷 피츠패트릭 조가 미국의 샘 번스, 패트릭 캔틀레이 조를 18번 홀에서 잡아냈다.
이로써 유럽은 총점 11.5로 미국의 4.5점을 두 배 넘게 앞서게 됐다. 29일 열리는 싱글 매치 플레이 12경기 중 2.5점만 더 추가하면 원정 우승을 확정짓는다. 만약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2012년 이후 13년 만의 미국 원정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가 완성된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절묘한 아이언 샷과 흐느적이는 라인 위에서 미끄러진 그린 플레이, 웃음과 한숨이 반복되는 순간마다 손에 땀을 쥐었다. 유럽은 서서히 압도적인 리드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3일째 밤, 베스페이지 블랙을 감도는 깊은 정적이 예감처럼 다가오는 새벽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