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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 끝내 스러진 봄비의 선율”…전설, 긴 투병 끝 영면→세대 아로새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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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 끝내 스러진 봄비의 선율”…전설, 긴 투병 끝 영면→세대 아로새긴 이별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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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는 한때 솔 창법의 진한 울림으로 무대를 물들였다. 평북 길주에서 태어나 한국 전쟁의 상흔을 품고 살아온 그는 누구보다 부드럽고도 깊은 소리를 세상에 남겼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이별, 고아원과 미국 입양을 거쳐 이국땅에서 음악을 만났다. 그가 들려준 ‘봄비’는 시대를 넘어서도 여전히 세대의 마음을 적셔왔다.  

 

오랜 투병의 시간은 박인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저혈당 쇼크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췌장암 등의 지병은 무대에 오르던 열정을 꺾지 못했다. 본인조차 무대에서 노래 가사를 잊어버리며 건강이 악화됐지만, 삶에 대한 집념은 끝내 일어섰다. 무엇보다 지난 2012년 ‘인간극장’에서는 40여 년 만에 이혼한 아내 곽복화 씨와 다시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감동도 전해진 바 있다. 다음 해 ‘대찬인생’에서는 아내와 함께 ‘봄비’를 부르며 삶과 음악의 고단했던 여정을 소리로 풀어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마지막 녹음이 된 ‘준비된 만남’은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 김준과 함께했다. 박인수의 청춘부터 고단했던 나날, 세월의 무게가 담긴 목소리는 후배와 동료, 남은 가족에게도 번지고 있다. 유족에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해 애잔한 이별을 맞이했다.  

 

박인수의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생의 마지막을 지키던 가족과 동료, 수많은 사랑을 보냈던 대중은 세월과 세대를 아우른 그의 목소리를 조용히 추억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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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봄비#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