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0대 죽음, 암보다 자살이 많았다”…극단 선택 늘어난 한국 사회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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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40대 사망자 4명 중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중장년층을 둘러싼 사회적 압박 문제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2024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40대에서 자살(26.0%)이 암(24.5%)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40대는 2,817명에 달했다. 남성 비중이 71.7%(2,019명)로 여성(28.3%, 798명)의 2.5배였으며, 40대 남성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1.1명, 여성은 20.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남성 자살률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8.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2024년 전체 자살 사망자는 총 1만4,872명으로, 전년 대비 894명(6.4%) 늘어났다. 하루 평균 40.6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10만 명당 26.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0.8명)의 2.4배에 달하는 최상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자살률이 장기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살의 주요 원인은 정신건강 문제가 37.7%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요인(25.9%), 건강 문제(16.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40대는 자녀 교육비, 부모 부양, 가계부채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로, 소득 불안과 사회적 압박이 심리적 고통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도 자살 예산을 올해보다 20% 늘린 708억 원으로 확대했고, 범부처 국가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해 2034년까지 자살률을 10만 명당 17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살예방정책위원회 등 관련 기관도 인력과 정책을 보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자살로 내몰리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40대의 위기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회의 중심축인 40대가 지속적으로 위기에 내몰릴 경우,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후속 대책의 실효성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경찰과 보건당국은 정확한 통계 조사와 예방 대책 보강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힘든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전화 1388 등에서 전문가와 24시간 상담할 수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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