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연속 침묵”…이정후 부진, 보스턴전 무안타→샌프란시스코 고전
조용한 그라운드 위에 적막이 번졌다. 늘 자신감 넘치던 이정후조차 힘겹게 헬멧을 고쳐 쥐던 날, 오라클 파크의 분위기에 묵직한 한기가 스며들었다. 침묵은 스코어보드에도 고스란히 남았다. 이정후는 보스턴전에서도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으나, 4차례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한 채 아쉬움 속에 경기를 마쳤다.
이정후는 21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이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말 2사 1루, 상대 선발 헌터 도빈스의 커브에 밀려 높게 뜬 타구는 우익수 글러브에 흡수됐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시속 153킬로미터 직구를 노려쳤으나, 타구 거리 92.4미터로 중견수 정면을 향했다. 5회에는 1루수 땅볼, 8회 역시 개릿 휘틀록의 스위퍼를 받아쳐 95.4미터를 뻗었으나 중견수의 품에 안기며 고개를 떨궜다.

최근 세 경기 내내 무안타에 그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55(282타수 72안타)로 하락했다. 쓸쓸히 벤치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타격 슬럼프의 먹구름이 읽혔다.
샌프란시스코는 접전 끝에 보스턴에게 5-7로 패했다. 팬들의 아쉬움이 짙게 스며들었다. 팀을 옮긴 뒤 친정팀을 상대하게 된 라파엘 데버스도 5타수 무안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경기 후반, 김혜성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9회초 수비에 투입됐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워싱턴 선발 매켄지 고어의 투구 스타일에 따라 김혜성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는 용병술을 택했다. 김혜성은 이날 타석에 서지 못했으나 시즌 타율 0.378을 지켜냈다.
다저스는 간발의 차이로 워싱턴을 6-5로 이겼다. 선발 투수 클레이턴 커쇼는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세 번째 승리이자 통산 215승을 쌓으며, 팀의 승리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정후의 짧은 부진은 팀에 묵직한 과제를 남겼다. 샌프란시스코는 앞으로 이어질 홈 시리즈에서 분위기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구장에 모인 팬들의 시선은 이정후가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날 순간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남은 일정은 무겁지만, 토요일 한낮의 경기장에는 다시 한번 기대와 희망이 채워질 것이다. 누구보다 깊은 침묵 끝에, 이정후의 뻗어나가는 타구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질 그날을 샌프란시스코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2025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의 홈 2연전, 팬들은 이정후의 반전 드라마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