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파타고니아 대지의 숨결”…이상은·홍미애·박춘기, 침묵과 경외→거대한 치유의 발걸음
파타고니아의 광막한 평원 위로 새벽같은 공기가 감돌고, 빙하의 푸른 숨결은 이방인의 두 눈을 잠시 멈춰 세웠다. 영상앨범 산 999회에서 이상은 산악 사진가, 문화기획자 홍미애, 그리고 동행한 박춘기 탐험가는 그레이 빙하를 향한 남미 트레킹에 몸을 실었다. 배우 김동완의 따뜻한 내레이션은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를 거쳐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은밀히 스며들었다.
버스 창으로 펼쳐진 끝없는 대지와 다채로운 물결 위로 선명하게 뜬 무지개, 그리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 머물며 만나는 낯선 트레커들의 밤. 바람과 비가 텐트를 두드리는 순간마다 자연과 맞바꾸는 하루가 고요하게 쌓인다. 새벽녘 캠프 너머로 밀려드는 바람 소리, 빛조차 이방이던 파타고니아의 밤이 인간에게 허락한 온기와 외로움이 교차한다.

왕복 22킬로미터의 트레킹이 이어진다. 비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고사목 군락을 지나는 길. 오래전 산불의 흔적이 남은 숲길 끝에서, 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파타고니아의 풍광은 인간 존재의 한계를 끊임없이 묻는다. 페오에 호수 위로 반사된 빛, 로스 파토스 호수의 잔물결, 강풍에 휘어지는 숲의 실루엣은 남미 대지의 심장을 직접 마주하게 한다.
절벽 끝자락, 28킬로미터에 달하는 그레이 빙하가 펼쳐진다. 회색빛 호수와 푸른 얼음벽이 맞닿는 위엄 앞에서 세 여행자의 표정은 경외와 숙연함에 잠긴다. 산불로 그을린 숲을 지나 빙하 앞에 서는 순간, 자연이 건네는 묵직한 침묵과 작은 위로가 관조돼 흐른다. 그곳에서 이상은, 홍미애, 박춘기는 인간이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는 자연의 손님임을 다시금 자각한다.
김동완 내레이터는 바람과 비, 두려움과 용기에 대해 말한다. 여행자의 등짐 위로 드리운 햇살, 텐트 모서리에 부딪는 빗방울, 눈과 빙하의 차가운 감촉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남미의 광활함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들,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내딛는 용기는 영상앨범 산 특유의 묵직한 울림으로 남는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선 자리, 파타고니아에서의 밤과 낮, 예기치 못한 풍경은 시청자에게 위로와 사색을 전한다. 영상앨범 산 999회는 마음 한편에 남은 인생의 쉼표,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겸허의 시선을 남긴다. 이어지는 특집 1000회 5부작 중 네 번째 이야기는 8월 3일 일요일 오전 6시 55분, 파타고니아의 광대한 품으로 시청자들을 초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