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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블론세이브·에레디아 홈 아웃”…KIA-SSG 연장 혈투→5-5 무승부
스포츠

“정해영 블론세이브·에레디아 홈 아웃”…KIA-SSG 연장 혈투→5-5 무승부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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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밤공기 속 맞붙은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집념은, 마운드 위 에이스들의 절절한 눈빛을 닮아 있었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각자의 무게감을 온몸으로 짊어지고, 마운드는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름 긴장에 잠겼다. 경기 내내 쏟아지던 환호도, 9회 정해영의 아슬아슬한 블론세이브와 에레디아의 홈 태그아웃 앞에서는 순간 멈췄다. 마지막까지 어느 누구도 승부를 놓치지 않았다.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오랜만의 만원 관중으로 그 분위기가 더욱 뜨거웠다. KIA는 5회초, 최형우의 3점 홈런이 터지며 어렵게 주도권을 잡았다. 이어 김태군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4점 차로 달아났다. 그러나 SSG도 곧 물러서지 않았다. 박성한과 오태곤이 연이어 홈런을 쏘아올리며 바로 반격에 나섰고, 고명준이 8회말 적시 2루타를 추가했다.

“정해영 블론세이브·에레디아 홈 아웃”…KIA-SSG 연장 혈투→5-5 무승부
“정해영 블론세이브·에레디아 홈 아웃”…KIA-SSG 연장 혈투→5-5 무승부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9회말로 집중됐다. SSG는 최지훈의 번트로 불씨를 지폈고, 이어 오태곤과 에레디아, 한유섬이 적시타로 정해영을 무너뜨렸다. 극적 동점 상황, 정준재의 강습 타구를 2루수 김규성이 다이빙 캐치해냈고, 계속되는 위기에서 박성한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는 에레디아를 최원준이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키며 한숨 돌렸다. 덕아웃과 관중석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순간이었다.

 

이날 양현종은 6이닝 4피안타 2실점의 호투로 노련미를 과시했다. 정해영은 9회말 블론세이브에도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어 등판한 성영탁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을 보여줬다. 성영탁은 이 무실점 투구로 KBO리그 역대 3위이자, 데뷔 후 17⅓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의미 깊은 기록을 세웠다.

 

경기 후 양현종은 “승리라는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모두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원 관중석에는 박수와 환호, 그리고 아쉬움의 한숨이 교차했다.

 

이날 무승부로 두 팀은 순위 변화 없이 KIA 4위, SSG 5위를 유지했다. KIA는 이어지는 두산과의 맞대결을, SSG는 NC와의 주말 3연전 후반부 승부를 준비한다.

 

긴 승부의 끝자락에 남은 여운, 그 위에 쌓인 땀과 환호는 마치 서늘한 밤공기마저 따스하게 감쌌다. 낡아진 글러브와 지친 어깨를 안고 돌아가는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배웅하는 박수는 또 한번 야구의 밤이 품은 의미가 무엇인지 만원 관중에게 조용히 되묻고 있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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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kia타이거즈#ssg랜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