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폭행 사망 유족에 2천500만원 지급”…육군, 국가 배상 결정 파장
군 내 폭행 사망 사건을 둘러싼 국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육군의 공식 결정에 대해 유족들은 불만을 내비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군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재차 집중되고 있다.
12일 유족이 공개한 국가배상결정서에 따르면, 육군 제5군단 지구배상심의회는 지난달 29일 고(故) 윤승주 일병 유족의 배상 신청에 대해 국가배상금을 2천5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결정에는 국가가 윤 일병의 순직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판단이 담겼다. 위자료 지급 대상은 윤 일병의 부모와 형제로 제한됐다.

윤승주 일병 사건은 2014년 경기 연천 육군 28사단 포병대대에서 발생했다. 윤 일병은 복무 기간 중인 2013년 말부터 약 4개월간 지속적으로 선임병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고, 2014년 4월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의 주범 이씨는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징역 40년 개별형이 확정됐다. 나머지 가담자들도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위자료 지급 결정은 지난해 말 통과된 개정 국가배상법에 따른 첫 사례다. 법 개정 이후 전사·순직한 군인·경찰 유족이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처음으로 유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결정하게 됐다.
그러나 유족 측은 단순한 배상 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족 측은 “국가배상결정서는 사고내용을 '군복무 중 순직함'이라고만 단 일곱 글자로 기재했을 뿐,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올바른 결정 이유와 그에 합당한 위자료를 받기 위해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질적 사과와 사건의 중대성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육군 측 관계자는 “위자료는 국방부에서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족이 재심 청구를 할 경우 국방부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군 당국은 공식적인 사과문 또는 입장문 표명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자료 지급만으로 군 내 인권 문제의 책임이 해소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법적 책임과 함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상 결정의 뜻과 실질적 개선 조치가 병행돼야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날 유족 측의 강경 입장으로 국가배상금 지급 절차가 다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재심 청구에 대비해 관련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번 결정이 군 인권 개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