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땅콩버터가 노화 앞당긴다”…스페인 연구팀, 세포 텔로미어 단축 확인
가공되지 않은 땅콩과 가공식품인 땅콩버터 섭취 방식에 따라 세포노화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연구진이 58명의 성인을 세 그룹으로 나눠 3개월간 각각 껍질째 구운 땅콩, 일반 땅콩버터, 땅콩기름 버터를 매일 섭취하도록 한 실험에서, 구운 땅콩을 먹은 그룹만 염색체 말단(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의미하게 길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유전자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지표로, 길이가 짧아질수록 세포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 결과, 구운 땅콩을 섭취한 그룹은 3개월 뒤 텔로미어가 뚜렷하게 늘어난 반면, 땅콩버터 섭취군에서는 오히려 참여자의 22%에 해당하는 이들의 텔로미어가 더 빠르게 짧아졌다. 연구진은 “통땅콩에는 비타민E, 나이아신 등 항산화 소재가 풍부하며, 체내 염증 활성화와 관련한 인자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공 과정에서 주요 영양 성분이 일부 손실되고, 당·지방 등 첨가물이 영향을 미치며 땅콩버터는 이런 역할이 제한된다는 해석이다.

식이 방식에 따른 세포노화의 차이가 분명하게 제시됐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가공식품 위주의 현대 식단에 과학적 경고를 던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Whole Food’ 방식의 식사법이 건강관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으나, 국내에서도 식단 구성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소규모(58명) 임상으로, 대조군 부재와 같이 연구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텔로미어를 활용한 바이오마커 분석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복 연구와 장기간 관찰이 따라야 식품 효능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실제로 이번 결과가 실제 식단 조성, 가공식품 규제, 건강식품 시장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