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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 논란에도”…한국, 스타트업 투자 가뭄이 창업 위축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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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 논란에도”…한국, 스타트업 투자 가뭄이 창업 위축 초래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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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시장은 성장 기대와 ‘버블 우려’가 교차하는 전환기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오히려 침체로 인한 창업 의지 저하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AI 버블’ 가능성을 공개 언급하며 투자 시장 전체에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자금 유입이 저조한 상황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AI 3대 강국 육성 전략 발표와 맞물려 AI 투자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점을 짚으면서, 본격적인 시장 전환기에서 한국식 투자 선순환 구조 확립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국내 대표 창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앤아처의 신진오 대표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AI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과거 투자 버블기에는 창업 도전 분위기가 넘쳤지만 최근엔 투자침체로 스타트업 창업 의지가 크게 꺾여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 등록 엑셀러레이터 500여 개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약 200곳 뿐이며, 와이앤아처가 1년에 선발하는 곳은 700개, 최종 투자처는 40~50개 내외에 그친다. 신 대표는 “개인 투자자의 진입장벽이 높은 국내 시장 특성상 더 많은 세제 혜택 등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AI 투자 비중의 점진적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적으로는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과감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이동우 퀀텀벤처스코리아 전무는 “AI 투자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기임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버블 현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IT버블 시절 네이버, 다음 등이 등장했듯 시장 흡수력이 뒷받침돼야 제2, 제3의 혁신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호 DSC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최근 AI펀드 결성이 확대되고 있어 버텨온 AI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AI 스타트업들이 상장 이후 투자와 기업가치 하락에 직면하는 구조적 어려움도 제기된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AI 기업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이 반토막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장 조건 달성 부담이 과도한 탓”이라며 “실적 압박이 개발력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도 투자 생태계 내 ‘선순환 체계’ 구축 필요성이 강조됐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AI 스타트업 성장에서 효과적 투자가 자양분 역할을 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혈액 공급처럼 투자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투자 기준 유연화, 상장 후 투자 유지 환경 개선, 위험 부담 분산을 위한 세제 혜택 확대 등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AI가 촉발한 기술 중심 패러다임 전환기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자금 흐름과 산업 구조 혁신이 동시에 진전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정부 정책과 업계 변화가 실제 투자와 창업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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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올트먼#와이앤아처#ai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