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복구 지연에 산업 비상”…국정자원 화재, 시스템 8개만 가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정보통신 인프라의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29개 정보시스템 가운데 오직 8개만이 가동 중인 상황은 안전 설비, 백업 체계, 데이터 재해복구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대표 홈페이지 마비, 민원서비스 중단, 우정사업본부·국립전파연구원 등 산하기관 시스템 정지로 산업·행정 전반에 파장이 미치고 있다. 정부와 기관들은 백업 데이터와 구 서버, 개인 PC 등에 분산된 정보를 이용해 순차 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전체 시스템 정상화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이번 사고를 ‘공공 IT 이중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주희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복구가 완료된 건 8개 시스템에 불과했다. 화재가 발생한 5층 7-1 전산실에는 주파수자원분석 시스템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일부 데이터는 소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는 국립전파연구원 내부에도 별도로 보관돼 있지만, 복구 범위에는 한계가 있어 추후 행정·산업 활용에 차질이 예상된다.

기술적으로 화재 피해를 입은 서버는 대구센터·4층 등 외부존으로 이전해 복구가 시도되고 있다. 주파수자원분석 시스템의 경우 10월 말, 7~8 전산실 내 8개 시스템은 10월 중하순 복구가 목표로 잡혔다. 기존 데이터 백업, 구 서버 활용, 개인 PC 자료 총동원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으나 1개월치 데이터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스템도 있어 정보 자산의 완전한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화재는 기존 인프라의 안전성, 재해 대응 프로토콜, 이중화 구조의 필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산업과 공공 분야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대표 홈페이지, 업무포털, 민원처리시스템 미작동에 따라 업무 차질과 민원 대기 시간이 크게 늘었다. 콜센터 전화, 서신, 직접 방문 등 비(非)전자적 대응이 임시방편으로 가동되고는 있지만, 전자정부 시스템 탈중앙화 필요성과 분산형 백업, 멀티존 운용 전략 확대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유럽연합은 주요 공공 데이터센터에 재해복구 이중 시스템과 지역 분산 백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역시 핵심 정보자원은 클라우드 기반 다중 지역 스냅샷, 실시간 복구 프로토콜을 구축한다. 국내의 경우 아직 대규모 재난을 대비한 공공정보시스템 분산화와 자동화 복구, 위험계층별 데이터 백업 등에 한계가 남아 있다.
정책 측면에서 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공공 데이터 보안·백업 규정의 실효성, 재해 시 상용 클라우드로의 이관 가이드라인, 현장 재액세스 권한 시스템 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화재로 직접 피해를 입은 96개 정보시스템은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존으로 순차 이전되며, 민관 공조 복구 체계가 시범 가동되고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 관계자는 “전산실 화재·천재지변 등 예측불가 IT사고가 반복될수록 백업 시스템 이중화와 물리·논리적 분산 복구가 산업과 행정의 생명선이 된다”며 “공공 IT와 산업 전반의 데이터 거버넌스 혁신이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작동할 전망”이라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사고로 재난 복구의 속도와 범위, 클라우드 이전 등 구조적 변화가 실제 정책·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