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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행정망 마비”…과기정통부, 위기경보 ‘심각’ 격상에 긴장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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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 대응 수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번 사고로 정부의 행정망과 금융, 우편 등 647개 주요 시스템이 중단되며, 국가 디지털 인프라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각종 비상대응체계가 가동됐으나, 복구와 정상화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업계는 이번 사건을 국가 디지털 컴플라이언스와 인프라 이중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꼽고 있다.

 

이번 사고는 26일 오후 8시 15분경,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리튬배터리 팩이 폭발하면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약 10시간 만에 화재 진압을 완료했으나, 내부 고온 및 연기로 복구 작업은 미뤄진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곧장 24시간 비상근무체계로 전환, 장관 주재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어 오전 9시50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추가 확산에 대응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핵심 시스템 중단은 업무망의 단일화·집중화 구조에 따라 대규모 장애로 번졌다. 과기정통부 및 산하 기관 홈페이지, 내부 행정시스템, 우체국 금융·우편 서비스 등이 차례로 멈추면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서비스의 불편이 심화됐다. 행정안전부는 초기에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70여개 서비스만 제한적 피해”라 설명했으나, 항온항습기 과열 등 2차 위협이 제기되면서 전체 시스템을 일시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연기 배출 작업만 진행 중으로, 복구 및 정상화는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화재는 국내 공공 IT 인프라의 이중화와 비상대응력에 대한 경고 신호로 풀이된다. 국정자원관리원은 수년 전부터 주요 행정데이터의 통합관리, 하이브리드 백업 등 대책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물리적 단일센터 의존도가 드러난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단일 거점에 기반을 둔 국가 데이터센터 구조가 사이버·물리적 위협에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긴급 대응을 위해 행정안전부는 우체국 금융·우편 등 국민 생활 필수시스템의 우선 복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각종 행정서류 제출 기한은 복구 완료 후로 자동 연장해 국민의 피해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별도로, 행정망 장애 사실은 긴급재난문자로 신속히 안내됐다.

 

한편, 이달 말 도입될 예정이던 정부 업무망 내 공통 인공지능(AI) 서비스, 즉 차세대 AI 기반 행정 지원 프로젝트 역시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는 해당 사업이 디지털 행정 혁신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준비해왔지만, 전산실 화재 사고로 도입이 지연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북미, 유럽 등 이미 데이터센터의 지리적 분산과 재해 복구체계(high-availability DR, Disaster Recovery)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공공 부문 역시 이중화 및 안전망 강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원인 조사 및 안전 대책 마련이 일차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사고가 실제 IT인프라 안정성 정책과 데이터센터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물리 인프라 보안, 재해 리스크 대비책이 지금의 디지털 전환 시대 핵심 조건임을 다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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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국정자원#행정망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