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집념”…이가영, 연장접전서 트로피→통산 3승 새 역사
차분한 미소 뒤에 숨겨진 긴장감이 잔디 위를 감쌌다. 모든 샷에 응축된 집중과 고요.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트가 홀컵 안으로 스며들던 찰나, 이가영의 얼굴에는 해방의 감정이 서려 있었다.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가 8일 강원도 원주시 성문안CC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가영, 한진선, 그리고 신예 김시현이 3라운드 내내 팽팽한 표정으로 캐디와 이야기를 나누며, 각각 12언더파 204타를 만들었다. 승부의 추는 연장 18번 홀로 향했고, 순간의 작은 흔들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한진선이 남긴 1.5미터 파 퍼트가 짧으며 세 선수 모두 동률을 이뤘다. 숨막힌 연장전에서 김시현이 먼저 탈락하자, 남은 두 선수의 시선이 퍼팅 라인 위에서 얽혔다. 두 번째 연장에서 이가영은 1.6미터 거리에서 손끝에 실린 부담을 이겨내며 침착한 버디 퍼트를 성공, 마침내 승리를 확정지었다.
우승의 기쁨은 더욱 뜻깊었다. 지난 2023년 7월 롯데오픈 연장전 우승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연장 본능을 과시했다. KLPGA 통산 세 번째 트로피.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공동 1위를 유지한 ‘와이어 투 와이어’의 완벽한 성적표와 함께, 우승 상금 2억1천600만원도 손에 쥐었다.
경기 종료 후 이가영은 “연장전마다 떨림이 있지만, 팬들의 힘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전하며, 이번 우승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그 순간 성문안CC를 가득 채운 팬들의 환호와 박수는 시상식 내내 그치지 않았다.
공동 4위에는 임희정, 허다빈, 최혜원, 윤수아가 각각 10언더파로 자리했다. 시즌 3승을 이미 기록하고 있는 이예원은 9언더파로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신실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7언더파로 공동 19위에 머물렀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대회 5연패를 노렸던 박민지는 3언더파에 머무르며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다가올 투어 일정 속에서 이가영의 상승세와 상금 순위 경쟁, 그리고 젊은 신예들의 도전이 여자 골프의 역동적인 흐름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매 홀마다 쏟아진 응원, 치열한 서사가 채워진 라운드의 끝. 우승컵을 거머쥔 선수의 어깨에 남은 하루의 분투가 관중 모두에게 조용한 감동으로 남았다. KLPGA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의 한 페이지는 이가영의 집념과 미소로 채워졌다. 다음 투어 대회는 이달 중순 다시 시작된다. 이 무대의 주역들은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