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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해변, 고즈넉한 한옥마을”…1박 2일로 떠나는 여름 도피, 취향 따라 ‘가심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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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해변, 고즈넉한 한옥마을”…1박 2일로 떠나는 여름 도피, 취향 따라 ‘가심비’ 완성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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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은 넉넉해진다. 최근에는 하루 이틀 만에 일상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공기를 만끽하는 1박 2일 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예전엔 먼 곳이나 장기 휴가만이 ‘진짜 여행’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바라던 감성과 리듬을 짧은 코스에 담아내는 것이 여름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요즘은 지역의 매력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도록 테마별 여행이 인기다. 동해의 강릉에서는 새벽 정동진 해변이 SNS 인증의 명소로 떠오르고, 이어진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는 느긋한 아침이 일상의 하루를 바꿔놓는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에서는 한복을 입고 걷는 여행자들, 손으로 짓는 공예 체험이 나와 가족의 추억을 쌓게 한다. 천년 고도 경주에선 불국사와 대릉원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고요한 시간 여행을 선물한다. 도시와 바다의 조화가 돋보이는 부산 해운대, 여수의 포장마차 밤바다는 그 풍경만으로도 다시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단기간 여행 수요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루 만에라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덜하고, 계획도 쉽다는 점이 큰 이유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가볍게 떠났다가 충분히 충전하고 온다”는 후기가 연이어 올라온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세은은 “1박 2일의 본질은 ‘채움보다 덜어냄’에 있다”고 표현했다. 너무 많은 일정보다, 하루 반 동안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골라 천천히 걸을 때 진짜 휴식이 온다는 의미다. 그만큼 짧고 굵은 여행이 주는 해방감과 충만함이 사람들이 다시 여행 가방을 들게 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하루만이라도 내 취향대로 잠깐 걷고 싶다”, “바다 보는 순간 복잡한 생각은 다 잊혀진다” 등 일상의 피로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공감의 메시지로 답한다. 가족, 연인과 함께 혹은 어쩌면 혼자서도, 각자의 욕구에 맞는 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다.

 

결국 중요한 건, 여행이 점점 ‘내가 진짜 원하는 순간을 짧게라도 경험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흐름이다. 작고 사소하게 일상을 벗어난 하루 반의 여정이 우리 삶의 방향도 가끔은 바꿔놓는다. 여름 한가운데,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내 이야기’가 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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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전주한옥마을#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