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몰입의 미학”…파인: 촌뜨기들, 성실한 악역의 탄생→판도 흔들다

해묵은 시간의 바다를 건너, 류승룡이 ‘파인: 촌뜨기들’에서 오관석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유의 무뚝뚝함 뒤에 감춰진 섬세한 눈빛과 절제된 움직임이 인물의 내면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렸다. 어쩌면 이 어둠 속 ‘성실한 악당’은, 치열한 생존을 기록하는 세대의 우직함과 닮아 있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 1회부터 3회에서는 1977년을 배경으로 보물선을 차지하려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복잡한 셈법과 운명이 맞물린다. 류승룡이 맡은 오관석은 언제나 돈이 되는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는 현실의 행동대장. 철저하게 메모를 남기고, 때로는 빨래로 감정을 달래고, 오희동에게만 야망의 눈빛을 내비치는 외로운 사기꾼이다. 첫 등장에서부터 송사장 역 김종수와의 탄탄한 거래 장면, 양세종이 연기하는 오희동과의 동행이 극에 깊은 결을 새겼다. 특히, 바닷길을 걷다 마주한 김의성의 김 교수 일행과의 팽팽한 신경전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류승룡이 그려낸 오관석은 흔히 봐온 범죄물 속 악당과는 결이 다르다. 세세한 표정과 움직임, 자신만의 규율을 지키는 집요한 태도, 하루를 꼼꼼히 기록하는 ‘성실함’이 서늘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각자 뚜렷한 욕망을 품은 인물들 사이에서 오관석은 묵묵히 중심을 잡으며 극에 깊이를 더했다. 이런 악당이 어디에도 없었던 것처럼, 시청자들은 그의 모든 행적에 눈을 떼지 못한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촌뜨기’들의 구불구불한 운명이 교차한다. 송사장, 오희동, 김 교수와 얽힌 과거와 현재가 실타래처럼 풀려가며 극의 흐름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류승룡의 내공 있는 연기는 치밀한 현실 조직 속 디테일을 살리고, ‘파인: 촌뜨기들’의 완성도를 단단하게 다진다. 묵직한 울림 뒤에 남는 인물의 고독과 집념, 그리고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드러내는 얼굴이 앞으로의 서사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류승룡이 새로운 악당의 얼굴을 완성한 ‘파인: 촌뜨기들’은 총 11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매주 수요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신작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