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호 절망과 희망 사이”…노무사 노무진 허윤재의 눈물→청춘의 상처에 긴 여운
유선호의 얼굴이 머금은 희망과 절망의 교차는 한밤의 편의점처럼 낯설고도 익숙한 청춘의 마음을 비췄다. 흐릿한 불빛 아래 허윤재가 머문 자리에는 얼어붙은 현실의 숨 막힌 벽, 그리고 지친 청년의 울음이 고스란히 깃들었다. 그러나 이 겨울 같은 순간은 무진(정경호)의 다정한 위로와 작은 손길에 조금씩 녹아내렸다.
7회 방송에서는 허윤재가 대기업 채용 소식에 잠시 활짝 웃던 장면에서 냉랭한 현실의 시련에 부딪히는 과정이 진하게 그려졌다. 외국계 마트에서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며 일상을 버텨내던 그는, 휴게시간 한 번 없이 맹렬한 노동 끝에 중환자실에 실려갔다. 유선호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평범한 청년의 초상을 절제와 몰입으로 표현해냈다.

병원 침상 위, 허윤재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 자신을 관찰하게 된다. 가족의 미래와 미지의 시선만이 남은 그 공간에서 ‘대출’, ‘병원비’, 그리고 ‘남은 가족’ 같은 단어들이 무거운 낙인처럼 박혔다. 성실했지만 결국 무엇에도 닿지 못했던 유선호의 캐릭터는 체념과 허무, 작은 분노와 눈물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노무진의 다정한 조언과 주변의 진심 어린 헌신은 허윤재를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끌었다.
결국 허윤재가 산재 승인을 받아 위태로운 인생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는 장면은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겼다. 가족과 자신에 대한 책임, 그리고 무거운 시대의 압박 속에서 윤재가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첫걸음은 똑같이 현실을 견디는 청춘들에게 닿았다. 마지막에는 노무사 시험을 제안받은 윤재의 모습이 펼쳐지며, 서사 전체가 희망의 불씨를 남겼다.
유선호는 한층 성숙해진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한숨을 품은 미소와 뻣뻣한 어깨, 그리고 무진과 주고받는 따뜻한 대사까지, 2030 청년이 마주한 상처와 연대, 그리고 회복의 감정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무대에서 변화무쌍한 얼굴을 보여온 유선호의 이번 연기는 현실을 살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의 자화상으로 오래 남을 전망이다. 이후에도 그는 영화 ‘교생실습’ 등 차기작을 통해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허윤재가 안긴 상실과 희망의 서사는 매회 진한 파동을 남기며 여러 세대를 관통하는 감정선을 이어가고 있다.
노무사 노무진 7회는 차디찬 좌절과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의 의지를 따뜻하게 조명했다. 지난 20일 밤 9시 50분 7회가 전파를 타는 동안, 한 명의 청년이 밝히는 빛이 시청자 마음을 천천히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