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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 안학섭, 통일대교 진입 시도”…군 제지로 병원 이송
정치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통일대교 진입 시도”…군 제지로 병원 이송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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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20일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95)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며 직접 이동을 시도했지만, 군 당국의 제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장에는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소속 관계자들과 고령의 안 씨가 함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파주시 임진강역에서는 민중민주당 등 진보진영 인사들로 구성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 집회를 가진 뒤 통일대교 남단으로 행진했다. 건강 문제로 차량에 탑승한 안 씨는 약 80분 뒤 도착해,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목사와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대표의 부축을 받으며 직접 지팡이를 짚고 교량 인근까지 걸었다.

그러나 11시 40분 통일대교 남단 검문소에서 군 당국이 "사전 허가 절차 없이 민간인통제선을 넘을 수 없다"며 진입을 제지했다. 통일대교 이후 비무장지대 진입에는 군 당국과 유엔사의 승인이 필수다. 군은 "관련 규정에 따라 무단 진입 시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씨는 10여 분 뒤 인공기를 들고 돌아섰으며, 건강 악화로 인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 집회 발언에서 안 씨는 "전향서를 쓰지 않은 탓에 수모와 고문을 견뎌야 했다"며 "미국의 고통 끝에 죽어서까지 남한에 남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비전향장기수 출신 및 지지 단체에서는 "포로는 언제든 조국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다"며 송환을 촉구했다. 특히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목사는 "안 선생은 출소 후 10여 년간 민통선 근처에서 미군 철수 운동을 지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안학섭 씨는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입대한 뒤 국방경비법(이적죄) 위반으로 42년간 복역했던 대표적 비전향장기수다. 1995년 만기 출소 이후 2000년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정상회담 계기 송환 명단에 포함됐으나, "미군 철수 시까지 투쟁하겠다"며 남한에 남았다.

 

비전향장기수의 북 송환은 2000년 63명 송환 이후 재개되지 않고 있다. 추진단은 현재 생존 비전향장기수가 5∼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적인 북송은 쉽지 않다"면서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안학섭 씨의 통일대교 진입 시도를 계기로 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에 대한 공방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향후 비전향장기수 송환 정책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추가적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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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학섭#비전향장기수#통일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