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분위기 회복된다”…바이오 VC, 저평가가 호재로 주목
2022년 상반기 이후 급격하게 위축됐던 바이오 산업 벤처캐피탈(VC) 투자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엔데믹 전환과 기술주의 침체 여파로 투자 한파가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 저평가 국면이 오히려 신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이 바이오 벤처 투자 적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기수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은 11일 차바이오그룹 행사에서 “올해는 유망 바이오 벤처에 적정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바이오 벤처의 성공 경험이 누적됐지만, 2022년 6월 엔데믹 이후 산업 신뢰 하락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평균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크게 떨어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분석한 158개 바이오 벤처의 투자 단계별 밸류에이션을 보면, 시리즈B가 21.2%, 시리즈C는 42.6%, Pre-IPO는 50.1% 하락했다.

특히 이번 변화는 기존 투자 열풍의 후유증과 비교해 반대 국면이다. 투자열기는 월등히 낮아졌으나, 전문성 있는 신생 기업들에게는 합리적 가치에 자금을 확보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시장에서도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 VC 투자액은 2021년 이후 줄곧 감소했으나,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1% 반등해 1조69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투자액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 증가한 195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의 밸류에이션 하락이 리레이팅(재평가)을 거쳐 2025~2026년 본격적인 수익 실현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수익성 개선 역량을 축적한 바이오제약사가 성장 주도권을 쥘 것으로 봤다.
국내 상장·비상장 바이오기업의 기술이전과 딜 구조도 우호적으로 전환된 점이 반영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내년에는 2021년 수준의 투자금 회복도 가능하다”며 “지금이야말로 바이오에 새롭고 합리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시기”라고 했다.
산업계는 이번 투자 흐름이 실제로 바이오 산업의 성장과 수익성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혁신 외에도 시장 구조와 투자 생태계의 선순환이 바이오 산업의 장기적 성장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