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디오판독 명령”…이창원호, 우크라이나전 신경전→3연속 4강 도전
차가운 칠레의 새벽, 엘리아스 피게로아 브란데르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번졌다. 숨죽인 관중과 눈빛을 주고받는 선수들은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했다. 이창원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은 28일 오전 5시(한국시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이제껏 없던 변수, 비디오판독 요청 시스템(FVS)의 시대를 맞이했다.
국제축구연맹이 2025 U-20 월드컵에 도입한 FVS는 프로야구 챌린지 판정 요청제와 유사하다. 각 팀 감독이 직접 심판에게 원을 그리는 제스처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면, 주심이 영상판독 구역에서 장면을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요청권은 팀당 두 번씩 주어지며, 판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한 번이 차감된다.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요청권이 한 번 추가된다. 선수들도 감독과 소통하며 판독 요청에 의견을 보탤 수 있어, 이전보다 벤치 전술의 비중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FVS는 득점 여부, 페널티킥, 직접 퇴장, 신원 오인 등 4가지 상황에 한정해 적용된다. FIFA는 이미 지난해 여자 주니어 대회에서 시범 운영을 마쳤으며, 칠레 대회로 남자대회 첫 도입에 나섰다. 이 시스템은 기존 비디오판독(VAR)보다 단순화돼, 판정 신뢰성과 경기 흐름을 동시에 잡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다.
이창원 감독은 선수단과 함께 이 시스템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한편, 2019년 준우승과 2023년 4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세계를 향한 도전을 준비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는 우크라이나로, 같은 시간 일본과 이집트의 개막전도 함께 펼쳐진다. 대표팀은 24개 참가국 중 최초로 FVS 요청권을 활용하는 당사자가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와 팬 모두는 판정에 대한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며, 긴박한 경기 흐름 가운데 벤치의 신중한 결단이 경기 판도에 직결될 전망이다. 한국의 다음 일정은 조별리그 2차전으로 이어질 예정이며, 새 시스템이 4강 경쟁의 또 다른 물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의지가 교차하는 발파라이소의 밤, 축구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곁에서 숨죽인 팬들의 시선, 벤치에 앉은 이창원 감독의 손끝, 역사적인 쟁점들이 긴장과 희망 속에 뒤섞였다. 2025 FIFA U-20 월드컵 B조 1차전, 한국은 3연속 4강을 향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