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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공급난에 생산중단”…의약품 10년간 108개 멈춰섰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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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 산업이 원료의약품(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API) 공급망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108개 의약품이 원료 조달 문제로 생산이 일시 중단되는 등, 공급 안정성이 산업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 최근 미중 갈등과 트럼프발 관세 강화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의약품 원료 수입 경쟁력과 안보 차원의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의원실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108종의 의약품이 원료 수급 차질로 생산을 멈췄다. 올해 공급 중단된 의약품도 6개에 이르고, 관련 품목은 지난 2022년 19개, 2023년 13개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는 단일 국가에 원료 수입이 집중된 구조적 위험이 시장에 현실적 타격을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의약품 원료의 수입처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2016년 기준 중국(26.8%)과 인도(8.8%)의 합산 비중은 35.6%였으나, 2023년에는 중국 36.3%, 인도 14.2%로 두 나라가 50.5%를 차지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 의존도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맞물려 리스크 요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구조는 실제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의약품 원료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계는 수출 규제나 원료 차단 같은 변수에 즉각 노출될 수 있다. 비용측면에서도 대형 글로벌 플레이어 대비 후발주자 입장인 국내 기업은 가격 협상력에서 불리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의약품 공급망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원료 공급 다각화, 전략 물품 지정 등으로 국가차원의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자국 생산 확대를 선언했다. 국내에서는 자급화 정책과 원료 생산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공급망이 전통적인 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의약품도 반도체처럼 전략 자산으로 보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기술 국산화와 공급다변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정책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단발성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공급안정 정책의 범위를 확대해 다각적인 리스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기술·공급망·정책 삼박자의 균형이 국내 제약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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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원료의약품#공급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