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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로 단락 전조 잡는다”…UNIST, 전고체배터리 안전성 혁신
IT/바이오

“센서로 단락 전조 잡는다”…UNIST, 전고체배터리 안전성 혁신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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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배터리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전고체배터리에 압력·변위 센서를 부착해 단락을 일으키는 리튬 수지상 형성을 조기에 감지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의 실시간 진단력은 전고체전지 상용화 경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은 배터리 외부에 압력센서와 2개의 변위 센서를 장착, 리튬 금속 수지상(dendrite) 성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고체배터리는 휘발성 액체 전해질을 안전한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폭발·화재 위험은 줄였지만, 리튬 수지상이 전극을 관통해 단락(Short circuit)을 일으키는 치명적 결함 위험이 남아 있었다. 특히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쓰는 차세대 전고체전지는 수지상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안전성 걸림돌이었다.

리튬 수지상은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전극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수직(즉, 도체 방향과 垂直)으로 쌓여 갈라진 바늘 형태를 만드는 현상이다. 정상 도금은 수평 방향으로 균일하게 이뤄지는데, 수지상이 생기면 전해질을 뚫어 전기적 단락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배터리에 부착된 미세 센서로 셀의 극미한 부피 및 압력 변화를 포착해, 수지상 성장의 전조를 지표로 삼았다. 특히 수직 성장이 발생할 때 압력 변화가 크고, 양쪽 두 변위센서가 측정한 셀 두께의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점을 활용했다.

 

이 분석법은 수지상 억제 조건을 찾는 데도 핵심적으로 활용됐다. 완성형 전지의 레이어 구조(스택)에 가하는 압력(stack pressure)을 높이거나, 리튬과 은·마그네슘 등과의 합금층 코팅을 도입해 수지상 생성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실제로 20메가파스칼(MPa) 이상의 압력을 가했을 때 리튬이 음극에 균일하게 스며들며 쿨롱 효율이 99.7%에 이르렀다. 쿨롱 효율은 전기입자 손실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며, 충·방전 수명과 신뢰성 향상에 직결된다.

 

기존 배터리 안전성 모니터링은 외부 발열·전압 등 간접 지표에 치중됐으나, 이번 UNIST 센서 부착 방식은 미세구조·압력 신호 등 물리 데이터를 실시간 감지하는 점이 혁신으로 꼽힌다. 글로벌 전고체배터리 시장서 일본 토요타, 미국 퀀텀스케이프 등도 셀 안정성 연구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한편 UNIST 연구는 현대자동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등이 공동 지원했다. 논문은 2024년 6월 10일 국제학술지 ‘ACS Energy Letters’ 온라인판에 공개됐고, 공개 후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조회된 논문으로 꼽혔다. 이현욱 교수는 “배터리 내 리튬 도금의 방향성과 균일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만큼,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의 핵심적 안전 기반을 마련한 결과”라며 “기술 상용화가 전지 산업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배터리 양산 및 시장 적용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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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전고체배터리#이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