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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이재명 대통령, 외교 시험대서 신중한 고심
정치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이재명 대통령, 외교 시험대서 신중한 고심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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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 80주년 참석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중 양국 간 신뢰와 동맹국인 미국, 인접국 일본과의 관계 등 복합적인 외교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외교의 균형 감각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2일 대통령실은 “중국이 전승절 기념식에 대통령 참석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며 “한중 간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 논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은 “외교 채널로 이뤄지는 사안은 밝히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1일 중국은 국장급 외교 협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초청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는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펼쳐질 전승절 열병식은 중국 항일전쟁 및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실질적 참석 여부에 대한 결정이 미정인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진행과 일본의 입장, 그리고 11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과 연이은 교류가 외교적 셈법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경우, 한중관계에는 새로운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는 한미, 한일 공조에서 긴장 요소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은 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때”라며 전승절 참석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수 서방국 지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선례가 최근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선택이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사이의 미묘한 파장으로 이어진 점은 이번 대통령실의 최종 결정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2일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APEC을 매개로 한중 양국 관계 발전에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외교 채널상 밝히기 어렵다”며 공식 발표 전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한편 전승절 참석 여부와 별개로, 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외교 현안뿐 아니라 민생경제, 부동산시장, 방위비 분담 등 다양한 현안이 포괄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각국 정상 간 교류와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 복합적인 외교 셈법이 맞물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이 어떤 공식적인 결론을 내릴지, 그리고 이번 결정이 한국 외교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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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전승절#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