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석탄회귀 선언…249조 투자 속 기후연대 흔들려”→조기 감축 약속 무산, 국제 협약 신뢰 추락
자바 섬의 고요한 녹지와 혼잡한 도시가 숨 쉬는 한낮, 인도네시아 정부의 선언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관통했다. 인도네시아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약속의 길 위에서, 돌연 또다시 석탄 사이로 시선을 돌렸다. 2034년까지 발전소 용량 69.5기가와트에 무려 2,967조 루피아, 한화로 약 249조5천억 원을 쏟아붓는 국가적 투자를 공식화하자, 에너지와 기후 위기의 경계선이 다시금 흔들리는 기미가 감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27일, 206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라는 원대함은 굳건히 유지한다면서도 현실 속 에너지 수급난과 ‘기저 발전의 신뢰성’을 내세웠다. 발표에 따르면 신규 발전소 중 6.3GW는 석탄화력, 10.3GW는 가스화력, 나머지는 재생에너지로 채운다. 이미 전체 발전의 60%를 석탄에 의존하고, 총 90GW의 설비를 운영하는 나라. 불과 2021년만 해도 순차적으로 석탄화력 폐지와 2056년 내 모든 석탄발전소 폐쇄, 신규 건설 금지 방침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했던 기후 금융 파트너십,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을 주도해온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자금 조성에 흔들리며, 특히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참여를 철회한 뒤로는 이 거대한 전환의 배가 멈췄다. 200억 달러에 달하는 조기 폐쇄 금융 지원엔 제동이 걸렸고, 인도네시아의 ‘탄소 감축’도 추진력을 상실했다.
바흘릴 라하달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석탄은 금기시돼야만 할 존재가 아니며, 필요하다면 기꺼이 사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받을 수 있으면 조기 폐쇄 논의가 가능하다”는 현실적 조건을 내세웠다. 바흘릴 장관은 탄소 포집 기술 발전과 신뢰할 수 있는 공급원이라는 ‘안정성’의 그림자를 강조하며 시대의 딜레마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부는 또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지역에 0.5G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세우고, 2032년 첫 상업가동을 목표로 바라본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의 속도도 놓지 않겠다며 4만7천758킬로미터에 달하는 신규 송전망 설치 계획도 내놓았다.
이 선택에 국제사회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경계와 우려를 동시에 쏟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리더를 자처하던 선진국들은 도덕적 우군으로서의 신뢰까지 시험당하는 형국이다. 국제 금융 동맹의 ‘기후 정의’ 실현이 한때 적도 섬나라의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흩날리는 약속만이 에너지 패러다임 위에 놓여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의 정책방향은 동남아 국가 전체의 전력시장과 한국을 포함한 무역·투자 환경에도 긴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의 선택을 주시하며, 현실과 이상, 안보와 기후 사이의 줄타기가 이 세계에서 다시 시작됨을 느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