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콤비네이션 환상적 완성”…김유성, 바쿠 무대 장악→주니어 그랑프리 금빛 질주
영화 타이타닉의 선율이 빙판에 퍼진 순간, 김유성은 누구보다 집중한 표정으로 첫 점프를 준비했다. 트리플 악셀의 날카로운 착지와 이어진 트리플 콤비네이션은 관중의 숨결마저 멈추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 한국 피겨 주니어 무대에서 드물게 등장한 완성도 높은 연기와 집중력이, 대회장을 가득 채운 감탄과 박수로 이어졌다.
김유성은 27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5차 여자 싱글에서 프리 스케이팅 126.31점, 최종 총점 185.99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일본 오카 마유코와 이스라엘 소피아 시프린을 압도하면서, 이번 시즌 한국 여자 싱글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68.54점, 예술점수 57.77점, 앞서 치러진 쇼트 프로그램 점수 59.68점을 합산해 정상에 올랐다.

무거웠던 첫 트리플 악셀은 심판진으로부터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곧이어 보여준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트리플 루프-더블 토루프 등의 콤비네이션 점프를 모두 흔들림 없이 소화하며 분위기를 단숨에 전환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전반부 마지막 트리플 살코와 이후 플라잉 카멜 스핀,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등 스핀 요소에서도 모두 레벨4를 달성해 기술적 안정감을 입증했다.
후반에도 김유성의 힘은 이어졌다. 트리플 루프-더블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에서 기본점 12.65점과 GOE 0.63점을 추가했으며, 마지막 트리플 플립과 러츠까지 모두 실수 없이 완주했다. 이날 경기장 그 울림은 단순히 점수에 머물지 않고 여자 싱글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날 김유성의 우승으로 한국은 남자 싱글 서민규 우승에 이어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남녀 싱글을 모두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은메달 2개로 파이널에 올랐던 김유성은 이번 시즌 첫 출전인 1차 대회에서 5위에 머물렀으나, 5차 대회에서는 마침내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금메달과 함께 2년 연속 파이널 진출 자격까지 확보해 차세대 피겨 간판다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밖에 주혜원도 총점 168.70점으로 6위를 기록해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김유성의 활약은 향후 세계 대회를 향한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응원과 박수는 빙판 위 온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게 했다.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걷는 김유성의 연기는, 하루하루 쌓이는 연습과 무대 위 긴장마저 모두 성장의 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서 김유성의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예고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