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신화 탄생”…조코비치, 100회 우승 금자탑→제네바 코트에 새 역사
경쾌한 축포 소리가 제네바 밤하늘을 갈랐다. 코트 위에 선 노바크 조코비치는 승리의 울림을 더듬듯 천천히 라켓을 내렸다. 끝내 견뎌낸 순간, 100번째 우승컵이 그의 두 손에 안겼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쉼 없는 도전과 집념의 결실이었다.
24일 스위스 제네바 테니스클럽에서 열린 2024 ATP 투어 제네바오픈 단식 결승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장대한 서사였다. 조코비치는 세계 랭킹 31위 후베르트 후르카치와 3시간 6분 동안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초반 첫 세트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남은 두 셋을 모두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잡아내며 2-1(5-7 7-6 7-6) 역전승을 일궈냈다. 제네바오픈 우승 상금 9만675유로 역시 그의 가치를 빛냈다.

무엇보다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으로 ATP 투어 이상급 단식 대회에서 역대 세 번째 100승을 달성했다. 지미 코너스와 로저 페더러에 이은 기록이다. 2006년 네덜란드오픈 첫 우승 이후 20년 연속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테니스계의 살아 있는 전설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결승은 특별한 인연이 깃든 시간이기도 했다. 후르카치의 코치는 다름 아닌 니콜라스 마수로, 18년 전 조코비치의 ATP 투어 첫 결승 상대였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마주한 두 인물의 교차된 서사 또한 관중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경기 직후 조코비치는 “100번째 우승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후르카치의 강력한 서브에 밀렸지만 끝내 브레이크를 만들어내 기쁘다”고 말했다. 기록으로 남는 숫자보다, 견디고 이겨낸 과정에 더 깊은 의미를 실었다.
코너스가 31세에, 페더러가 37세 7개월에 대기록을 달성했듯, 조코비치는 이틀 전 38번째 생일을 치른 채 또 한 번 새로운 문을 열고 있다. 이제 시선은 곧 펼쳐질 프랑스오픈으로 향한다. 조코비치는 25일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매켄지 맥도널드와 첫 경기를 치른다. 만약 그가 파리에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면, 남녀를 통틀어 사상 첫 메이저 단식 25회 우승의 문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된다.
밤하늘에 울린 축포와 박수, 테니스라는 이름으로 맞닥뜨린 인간의 집념과 경이로움이 제네바의 서늘한 공기 속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조코비치의 다음 무대, 프랑스오픈은 26일 조용히 막을 연다. 테니스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편의 시와 같은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