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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2천962개 줄었다”…MLB 커브볼 급감→힘 대결 시대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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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2천962개 줄었다”…MLB 커브볼 급감→힘 대결 시대 명암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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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처럼 홈플레이트 앞에 떨어지는 느린 커브볼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점차 귀해지고 있다. 2019년 전체 투구의 10.7%에 달했던 커브볼 사용률이 2024년 8.1%까지 하락하며, 불과 5년 만에 2만2천962개나 줄었기 때문이다. 힘과 구속이 상징이 된 프로야구에서 세밀한 변화구를 통한 수 싸움은 옛말이 됐다.

 

1960년대 샌디 쿠팩스, 놀런 라이언, 클레이턴 커쇼까지 전설적 투수들이 특유의 커브로 명성을 이어왔지만, 최근 투수들은 점점 슬라이더와 스위퍼처럼 수평 무브먼트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슬라이더·스위퍼류의 구종 비중은 2008년 13.9%에서 올해 22.6%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탬파베이 레이스의 셰인 바즈는 "12-6 커브를 던지는 장면을 거의 볼 수 없다"고 밝히며, MLB에서 특유의 커브형 변화구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2만2천962개 감소”…MLB 커브볼 사용률 8.1%로 급감 / 연합뉴스
“2만2천962개 감소”…MLB 커브볼 사용률 8.1%로 급감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구속 상승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2008년 147.9㎞에서 올해 151.9㎞로 높아졌으며, 100마일(161㎞) 이상 투구 수도 214개에서 3천880개로 무려 18배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선발 투수 평균 이닝은 1980년대 6과 1/3이닝에서 최근 5과 1/3이닝으로, 평균 투구 수도 2010년 97개에서 올해 85.7개까지 감소해, 투수 운용도 변화의 흐름을 맞고 있다. 뉴욕 양키스 오마르 미나야는 "지금은 명백히 '스로잉'의 시대"라며 힘 대결에 방점을 찍었다.

 

커브볼은 특유의 느린 구속과 타이밍 교란 덕에 오랫동안 효율적 변화구로 통했다. 2024년 기준 커브 볼 타율은 0.225로, 패스트볼(0.263)보다 낮고 슬라이더(0.222)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힘 중심의 트렌드에서 느린 공의 인플레이 비율이 높아진 영향으로, 점차 던지는 투수들이 줄고 있는 셈이다. 방송 해설가 댈러스 브레이든은 "멋지게 떨어지는 커브에 타자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고 되짚었다.

 

커브볼의 과거 미학과 현재의 희소성은 여전히 야구인 사이에서 화두로 남아 있다. 힘과 다양한 구종의 접점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투구 문화는 어떻게 진화할지 시선이 모인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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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커브볼#슬라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