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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우승 감격”…백주엽, KPGA 챌린지투어 첫 정상→랭킹 도약
스포츠

“13년 만의 우승 감격”…백주엽, KPGA 챌린지투어 첫 정상→랭킹 도약

강민혁 기자
입력

희미한 안개가 가라앉는 오후, 백주엽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마지막 홀 그린 위에서도 흔들림 없이 골프채를 쥐고 선 그는 13년 동안 품어온 갈망의 무게를 씻는 듯 단단한 눈빛을 남겼다. 골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은 이처럼 조용하지만 뜨거운 사내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20일 경남 합천군 아델스코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5 KPGA 챌린지 투어 9회 대회에서 백주엽은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 대회 최종 합계 10언더파 134타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한 번도 흔들림 없는 샷과 그린에서의 집중력이 빛나는 장면들이 반복됐고, 그 결과 오랜 시간 기다린 첫 챌린지 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3년 만의 우승 감격”…백주엽, KPGA 챌린지투어 첫 정상→랭킹 도약
“13년 만의 우승 감격”…백주엽, KPGA 챌린지투어 첫 정상→랭킹 도약

백주엽의 이름이 다시 힘을 얻은 것은, 단 한 번의 영광 이후 긴 시간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온 여정 때문이다. 2012년 KPGA투어에서 윈저 클래식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이후 부상과 부침을 겪으며 점점 세계의 주목에서 멀어졌다. 특히 2022년 투어 카드 상실 이후 챌린지 투어에서 절치부심하는 순간들이 적잖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초반 신중한 운영과 후반 집중력이 조화를 이루며 주요 승부처마다 침착함이 드러났다. 경기 내내 김윤환, 강민재, 김태우, 조민영 등 여러 선수들이 8언더파로 바짝 따라붙었고, 박진감 넘치는 접전 끝에 백주엽이 끝까지 고삐를 놓지 않았다.

 

시상식장에서 백주엽은 “우승하고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대회에 나설 때마다 하늘을 향해 기도하며 ‘아빠, 잘 부탁해’라고 말한다”며 우승의 감격을 고스란히 전했다. 가족과 동료, 오랜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은 차분히 울림을 남겼다.

 

이 우승으로 백주엽은 챌린지 투어 포인트 2위, 상금순위 3위로 뛰어오르며, 내년 KPGA투어 시드권 재진입에도 가능성을 키웠다. 그는 “포인트와 상금랭킹 1위를 목표로 남은 대회에 집중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새로운 시작 앞에 다시 한번 서게 된 백주엽. 평범한 이들의 이름을 되풀이하듯, 승부의 세계도 결국은 한 사람의 뚝심에서 다시 출발한다. 아직도 그린 너머로 아버지를 향한 작은 기도는 계속되고 있다. KPGA 챌린지 투어의 치열한 시드 경쟁과 함께, 백주엽이 써 내려갈 다음 라운드의 이야기는 더 깊은 기대를 남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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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엽#kpga챌린지투어#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