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R&D 투자 세계 5위”…노벨상 0명, 구조 혁신이 해법될까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세계 5위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스라엘 다음인 4.96%로 세계 2위, 투자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112조 원에 달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글로벌 최상위권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생태계의 성과는 선진국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서 연구 제도와 평가 구조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R&D 시스템이 '산업화 시대의 추격형 모델'에 머물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융합기술 중심의 선도형 전환기에 단기 성과 압박, 기초연구 경시, 과도한 행정 규제가 창의적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단기 논문 실적 평가나 사업화 실적 중심의 지원 구조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고착시켜 도전적 과학 연구의 확산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주요국의 수상 실적과 비교하면 한계가 분명하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기초과학 투자와 실패 수용, 연구자 중심 행정이 정착돼 있는데, 국내는 기초연구 투자 비중(약 20% 미만)이 OECD 평균에 못 미치며, 장기적 연구과제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전문가와 정책당국 역시 연구 생태계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도 개편안으로는 기초과학 예산을 단계적으로 OECD 평균까지 확대하고, '노벨 이니셔티브'와 같은 초장기 국가과제 신설, 실패 연구 지원, 핵심 연구자 유치 및 융합 연구 네트워크 강화를 제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다년도 프로젝트 지원과 일본의 글로벌 컨소시엄 운영 등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한편, 행정 편의 중심의 지원 체계가 자율적 연구 환경 조성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인공지능, 바이오 분야처럼 융합연구와 장기적 성과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보다 유연한 제도와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 의원은 “정치권 역시 예산 확대만으로 과학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발상을 벗어나야 한다”며 “과학은 정권의 홍보나 단기 실적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위한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제도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