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이식 대기 6년”…환자 7천명, 치료절벽 우려 커진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혈액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의 핵심 열쇠라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가 이식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상당히 험난하다. 2023년 기준 국내 혈액암 환자는 1만7741명까지 늘었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은 이 중 10%에 그치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는 “기증자와 환자 간 조직적합성 유전자(HLA) 일치율 저조와 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식 경쟁의 결정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생산하는 줄기세포로, 혈액을 만드는 근본 세포다. 혈액암 치료에 있어 이식이 유일한 완치 수단이지만,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가 매년 1만5천명 이상 등록해도 실제 이식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10% 미만에 머물러 있다. 비혈연 간 일치 사례는 4%에 불과하며, 대기자 수는 7천명을 훌쩍 넘는다. 신규 대기자도 매년 800명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HLA라 불리는 조직적합성 유전자 때문이다. 형제·자매 간에도 일치 확률이 25%에 불과하고 부모는 5%, 비혈연 간에는 0.005% 수준으로 극히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이식 대기 기간이 2023년 기준 6년(2,282일) 이상 소요되고, 대기 기간 내 이식에 실패할 경우 생존율 저하가 불가피하다.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에 대한 오해도 진입장벽이다. 기존에는 전신마취 후 골반 골수를 직접 채취해야 했지만, 1990년대 이후 말초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추출하는 방식이 확산됐다. 현재는 헌혈과 유사하게 양팔에 주사 바늘을 꽂아 혈액 중 필요한 세포만 분리하는 절차가 표준으로 자리 잡아, 고통이나 위험 부담이 크게 줄었다. 기증 과정에서 일부 주사 부작용 등 경미한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은 신속하게 회복된다. 기증자는 법적으로 공가나 유급휴가가 보장되고, 2년간 재기증 제한과 6개월 헌혈 제한 등 추가 안전망도 마련된다.
이식 확정 직후 환자는 조혈모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고난도 전처치(항암제·방사선)를 거치는데, 이 시점을 넘긴 뒤 기증이 철회되면 생명 유지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최종 단계에서 기증자나 보호자 동의 철회 사례도 빈발해 실제 이식 성사율이 더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혈액암 선진국들도 조혈모세포 데이터베이스 및 유전형 정보 연계 인프라 강화, 공적 기증자 유인 확대, 기증 절차 및 윤리 가이드라인 엄격화 등으로 대기시간 단축과 이식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유전자 분석 데이터 누적과 인공지능 기반 HLA 매칭 시스템, 기증자 보호정책 병행 등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이식 프로세스 혁신이 실제 환자 치료 접근성 제고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현안이 실제 시장·제도에 반영돼 이식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술, 인식,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