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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LG 신바람”...이광환, 자율야구의 별→야구계 마지막 울림
스포츠

“초창기 LG 신바람”...이광환, 자율야구의 별→야구계 마지막 울림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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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하던 1994년, 누구보다 따뜻했던 지도자의 미소가 LG 트윈스의 더그아웃을 밝히고 있었다.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직접 현장을 누볐던 이광환 전 감독은, 7월 2일 제주에서 폐렴으로 별세하며 야구계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는 77년 인생 끝자락까지도 야구에 대한 열정과, 기억 속의 마지막 순간까지 신념을 지켰다.

 

이광환 전 감독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현장과 팬들은 그를 자율야구의 선구자, 그리고 신바람 야구라는 새로운 흐름의 주인공으로 기억했다. 야구계 선후배와 제자들은 그의 별세를 애도하며, “한국야구 성장과 변화의 기둥이었다”고 한목소리로 전했다. 박용진 전 감독은 “강한 직구처럼 정직했고, 선수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리더였다”며 인간적 따스함을 떠올렸다.

프로야구 이광환 전 LG 감독 별세 / 연합뉴스
프로야구 이광환 전 LG 감독 별세 / 연합뉴스

이광환 전 감독의 야구 인생은 곧 한국 프로야구의 진화이기도 했다. 중앙고, 고려대를 거쳐 선수 생활을 마쳤고, 1977년 모교에서 시작한 지도자 첫걸음은 지도 철학의 뿌리가 됐다. OB 베어스 타격 코치에서 시작된 프로 경력, 이어진 LG 트윈스 감독 시절 그는 일본과 미국야구의 선진이론을 도입해 5인 로테이션·투수 분업·자율야구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 시스템을 현장에 정착시켰다. 감각적인 신인 베스트 활용, 선수 창의성 존중,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1994년 LG의 통합우승이라는 역설적인 강인함으로 그려졌다.

 

당시 신인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이 주축이 돼 폭발적 ‘신바람 야구’를 펼쳤고, 이광환 전 감독의 리더십 아래 선수들은 서로를 북돋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했다. 무엇보다 그의 ‘자율과 존중’은 후배 감독, 코치들에게도 두고두고 회자될 모범적 문화로 남았다.

 

지도자 은퇴 후에도 그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와 우리 히어로즈에서 사령탑을 맡아 야구계 현장 경험을 나눴고, KBO 육성위원장, 야구 아카데미 원장, 서울대 야구부 지도자로 활약했다. 여자야구, 티볼, 야구 박물관 건립 사업까지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써온 수치는 KBO 리그 608승, 그리고 기록 너머 자리한 인간적 자취로 남았다.

 

야구인들은 “승수 그 이상의 별, 문화와 구조를 바꾼 이정표”라며 “리더십의 울림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밝혔다. 3월 LG와 롯데의 개막전에서 마지막으로 팬들 앞에 선 미소까지, 현장의 기억은 그를 더욱 그리워하게 한다.

 

슬픔 속에서도 이어진 추모의 손길은 제주 부민장례식장 빈소에 모였다. 구단 전광판, 경기장 묵념 행사, 팬들의 조용한 기도까지, 이광환 전 감독이 남긴 잔상은 야구계 안팎에 길게 번졌다.

 

이광환 전 감독이 걸어온 길, 그리고 품었던 철학은 오늘의 한국야구를 이끌고 내일의 후배들에게 영원히 전해질 것이다. 야구팬의 기억과 선수들의 마음, 뜨거웠던 신념은 그를 떠올리는 순간마다 조금씩 새겨진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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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lg트윈스#자율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