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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청년의 심연 밟다”…84제곱미터 현실 공포→일상에 번지는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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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청년의 심연 밟다”…84제곱미터 현실 공포→일상에 번지는 절박함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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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얼굴로 무대에 선 강하늘은, 답답한 콘크리트 벽 너머에서 청년 우성의 절박한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 올렸다. 그의 깊어진 눈동자는 작은 아파트 공간 속 쌓여가는 무력함까지 투영하며, 관객의 마음을 서서히 흔들었다. 영화 ‘84제곱미터’가 청춘의 희망과 좌절, 현대인의 불안을 심리 스릴러로 녹여내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 84제곱미터의 풍경은 그저 평범한 일상처럼 시작된다. 하지만 처음 내 집을 손에 쥔 우성은 곧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평범함은 순식간에 공포로 가득 찬다. 강하늘은 “영끌로 얻은 집에서 점차 쇠약해지는 청년 우성”을 통해, 지금 우리 세대가 겪는 현실적인 두려움과 절박함을 치밀하게 연기했다. 그의 고백에 담긴 숨겨진 감정은, 희망과 환멸이 공존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

강하늘 / 서울, 장호연 기자
강하늘 / 서울, 장호연 기자

‘84제곱미터’에는 또 다른 얼굴들이 강렬하게 삶을 흔든다. 염혜란은 펜트하우스의 권력자이자 차가운 현실의 대변자로, 서현우는 윗집 남자의 틈새에 숨겨진 연민과 격정을 풀어낸다. 김태준 감독은 “국민 대다수가 겪는 층간소음”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익숙한 공간에 낯선 공포와 소외, 그리고 단절을 그려냈다. 시나리오는 콘티북처럼 치밀하고, 이야기의 긴장감은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파트 평형 ‘84’는 이제 한국인의 삶을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영화는 이 익숙한 평범함이 순간의 두려움으로 변할 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심리적 변화와 사회적 불안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강하늘이 전한 “사소한 사건이 커다란 스릴러가 되는 순간”이라는 말은, 관객 각자의 현실에도 쉽게 투영된다. ‘나만의 집’이라는 꿈이 벽 하나 사이로 금세 두려움과 분노로 뒤덮일 수 있음을, 작품은 서늘하게 일깨운다.

 

젊은 층의 팍팍한 삶과 중산층의 조용한 불안, 일상 깊은 곳에 스며든 스릴러적 긴장감까지, ‘84제곱미터’는 현대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끌어올렸다. 강하늘과 동료 배우들은 “현실의 연민, 분노, 공감이 녹아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18일 넷플릭스에서 베일을 벗고, 우리 모두가 지나쳤던 84제곱미터의 묵직한 삶의 울림에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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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84제곱미터#염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