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동네 한 바퀴 오사카 동포의 시간”…이희건·양정숙, 그리움 쌓인 삶의 붉은 온기→길 위에 남겨졌다
엔터

“동네 한 바퀴 오사카 동포의 시간”…이희건·양정숙, 그리움 쌓인 삶의 붉은 온기→길 위에 남겨졌다

서현우 기자
입력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일본 오사카 골목에서 ‘동네 한 바퀴’는 한일 동포들의 잊히지 않는 시간과 온기를 따라 걸었다. 한 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는 삶의 무게와,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우정이 곳곳에 어른거렸다. 양정숙은 어머니의 사연이 깃든 오코노미야끼 가게에서 한국의 손맛을 꾹꾹 눌러 담으며, 재일동포의 살아야 했던 이유와 가족의 역사를 음식과 함께 전한다. 일본 곳곳의 스타들이 찾는 양정숙의 가게에는 떠나간 어머니와 오랜 세월 포개진 희망의 맛이 녹아 있다.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 그리고 ‘재일동포 기념 월’ 앞에 선 이만기는 이름 없는 이들의 헌신을 바라보며 재일동포들이 걸어온 여정을 조용히 되짚었다. 쓰루미 녹지공원 속 한국정원에 서린 경복궁, 창덕궁의 기억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재일 한인들의 자부심이 돼 살아 숨 쉬었다. 고 이희건 회장과 같은 1세대들의 뚜렷한 자취에서 이방에서 지켜온 믿음과 사랑이 빛났다.

오사카에 흐르는 그리움과 우정…‘동네 한 바퀴’ 한일 동포들, 60년 역사의 터전→삶이 이어진다 / KBS
오사카에 흐르는 그리움과 우정…‘동네 한 바퀴’ 한일 동포들, 60년 역사의 터전→삶이 이어진다 / KBS

전통예술부 학생들이 선보인 사물놀이와 사자놀이는 어린 세대가 이어가는 민족적 꿈임을 보여줬다.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재현한 문화사절단 ‘왔소 축제’까지, 동네 곳곳에는 두 나라 아이들이 함께 누비는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과거 1세대들이 세운 건국학교가 일본 내 명문으로 자리하며, 역사의 흐름이 아이들의 땀방울과 함께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오사카 항구를 밝히는 한식집 혜선과 일본인 남편 카즈의 사연은 서로 다른 나라, 가족, 문화를 따스한 식탁 위에 버무렸다.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스시집과 나란히 자리를 지키며, 국적을 초월한 사랑과 이해로 집밥의 풍경이 완성됐다. 돼지고기와 매운 낙지볶음 한 접시에 이방에서 쌓아온 인생의 짠맛과 단맛, 가족의 의미가 오롯이 담겼다.

 

쓰루하시 시장은 2대, 3대로 이어진 동포 상인들의 뿌리 깊은 여정을 증명했다. 김치와 이불가게, 푸짐한 전과 제수 음식으로 어우러진 시장은 고향의 향수와 공동체의 품을 다시 일깨웠다. 시장 상인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던 순간, 안으로 모이고 뻗어나간 연대가 오사카 골목에서 새 역사가 됐다.

 

한편 낡은 선술집을 지키는 일본인 할머니 키이의 기억은 배고픈 소녀의 외로움 위로 재일동포 아주머니들이 따뜻한 밥 한 끼로 보듬던 시절을 품었다. 지금도 키이의 가게엔 공유의 사진이 걸려 있고, 국경과 언어를 넘어선 인연은 밥상 위에 퍼지는 온기로 남았다.

 

따스함과 그리움, 희망과 자부심이 겹쳐진 오사카. 시간 위에 덧씌워진 한일 동포들의 세월은 ‘동네 한 바퀴’가 걷는 길 위에서 더 깊은 울림이 돼 전해졌다. ‘동네 한 바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특집’ 1부 ‘든든하다 – 일본 오사카’ 편은 6월 2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시청자 곁으로 다가온다.

서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동네한바퀴#양정숙#이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