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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산책엔 수목원, 점심땐 순대타운”…수원의 장마철 나들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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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산책엔 수목원, 점심땐 순대타운”…수원의 장마철 나들이 풍경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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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산책이나 짧은 나들이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날씨 탓에 집에 머무는 게 당연했다면, 지금은 ‘장마 속의 일상’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늘 같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수원에선 오늘처럼 습도가 92%에 달하고 장맛비가 내릴 땐, 나들이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SNS에는 우산 속 산책 인증, 시장 골목에서의 점심 한 끼, 독특한 박물관 전시 관람 등이 화제다. 일월수목원은 실내 전시관과 더불어 짧은 숲길 산책로가 있어 흐린 날씨에도 여유를 느끼려는 시민들에게 인기다. “비 속 식물들은 오히려 더 푸르게 보인다”는 방문객의 후기처럼, 우산 한 자락 아래의 산책이 새로운 즐거움이 되고 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일월수목원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일월수목원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 관광 포털의 7월 나들이 설문조사에선, 수원 시민 10명 중 7명이 ‘덥거나 습한 날씨엔 실내·짧은 외부 동선의 공간을 고른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시장 나들이’와 ‘테마 박물관 관람’ 응답 비율이 이전 대비 두 배로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시장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 시장 골목에서 친구와 식사를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장마철 일상감각의 재발견’이라고 해석한다. 도시생태 분야 김영은 연구원은 “장마철에는 습도와 강수 외에도 주변 소리와 향,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며 “그만큼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새로운 감정 전환이 된다”고 느꼈다. 실제로 해우제 박물관이나 봉녕사처럼 실내 관람·석조 공간이 있는 전시는 우천시 휴식처로 꼽힌다. 시장과 사찰, 사계절 수목원처럼 ‘날씨 걱정 없는’ 장소가 각광받는 현실에 대해 그는 “비 내리는 템포가 삶을 좀 더 느리게, 조용하게 바꾼 것”이라 말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밖에 나가기 귀찮다가도, 수목원 안 실내 전시에 앉아있으면 오히려 편안하다”, “지동시장 순대타운은 빗소리 들으며 뜨거운 국물이 더 잘 어울린다”, “비 오는 날 가는 봉녕사가 한적하고 좋았다” 등 ‘나만의 장마철 루틴’을 공유하는 글이 늘었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날씨도 오히려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제 수원에서는 ‘장마라도 나들이는 멈추지 않는다’는 감각이 자리 잡았다. 실내 전시관부터 아담한 시장, 비틀거리는 숲길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장맛비를 즐기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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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일월수목원#지동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