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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부정맥 조기 진단”…서울아산병원, AI·스마트워치로 심장 질환 관리 혁신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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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심장박동을 유발하는 ‘부정맥’이 심장질환을 가속화시키며,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9월 29일 ‘세계 심장의 날’을 앞두고, 국내 주요 의료기관들이 심혈관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방을 위한 최첨단 접근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준 교수는 “AI 기반 심전도 해석과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부정맥 조기발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심장질환 관리의 결정적 열쇠”라고 말했다. 의료업계는 이번 진단 및 관리 기술 확산이 ‘디지털 정밀의료’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은 일반적으로 분당 60~100회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운동이나 긴장 상태에서는 속도가 올라가고, 휴식 시엔 느려진다. 맥박의 속도나 규칙성 이상은 곧 ‘부정맥’(arrhythmia)으로, 종류에 따라 기외수축, 서맥(느린 맥박), 빈맥(빠른 맥박), 심방세동(불규칙 맥박), 심실빈맥·심실세동(치명적 부정맥) 등으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혈압측정기나 병원 내 진단에 의존했으나, 최근 스마트워치의 심전도(ECG) 측정 기능이 대중화되며 환자-의료진 실시간 연동 진단이 가능해졌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병원 내 일회성 심전도 검사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다.

부정맥 진단은 증상 발생 빈도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30분 이상 증상 지속 시 심전도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고, 증상이 일시적인 경우 패치형 심전도감시장비가 사용된다. 반복 실신 등 고위험군에는 피하삽입형 장치가 도입되고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보조펌프 역할을 하는 심방이 불규칙하게 수축해, 혈전 발생·뇌졸중·심부전·사망률 상승과 직접 연결된다. 이에 따라, 초기에 AI가 이상 리듬을 감지해 약물·도자절제술 등 조기 치료결정에 기여한다. 치료 영역에서는 전극선 없는 새로운 심박동기, 자동제세동기(AED) 등 기술적 진보도 두드러진다. 전극선 삽입 없이 최소 침습으로 심정지 예방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심장관리 기술은 개인 건강관리는 물론 원격의료, 보험·의료데이터 산업에서도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플, 삼성 등 기업이 웨어러블 기반 심전도 해석 플랫폼을 앞세우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FDA는 모바일 심전도 기기의 의료기기 승인을 확대해 의료현장 적용을 가속 중이고, 영국 NHS 역시 심방세동, 고혈압 조기 진단에 웨어러블 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기관을 중심으로 웨어러블 헬스케어 진단 연구와 협업이 활발하다.

 

한편 부정맥 조기 진단·관리는 정책·규제 환경 변화에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심전도 데이터의 의료기기 인증, 신뢰성 검증,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병행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약처는 패치형·웨어러블 심전도 장치의 의료기기화 및 보험 적용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맞춤형 디지털 심장질환 관리가 제도권에 본격 진입할 경우, 의료현장·산업 생태계 구조 자체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AI와 스마트워치 기반의 심장질환 조기 진단은 정밀의료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산업계는 실제 임상 안전성과 제도적 접점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혁신이 실질적 의료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지, 제도·윤리와의 조율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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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심방세동#스마트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