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5명 새 삶”…한국, 뇌사 기증자 늘며 생명나눔 확산
장기기증 기술이 의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시행한 뇌사 장기기증 사례는 생명나눔이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 더욱 깊게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50대 남성 정명룡 씨가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장기와 조직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100여 명의 환자에게 기능적 회복의 기회를 제공했다. 업계는 이 사례를 ‘국내 이식 대기 감소 노력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정명룡 씨는 지난 7월 말 무더운 날씨에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고, 8월 14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심장, 양측 신장, 양측 안구 등 주요 장기를 기증했다. 피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까지 추가 기증한 사례는 국내 장기 및 조직 기증 시스템의 발전을 상징한다. 뇌사 기증은 의학적 판정 기준을 명확히 준수하며, 가족 동의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장기 및 조직 기증은 의료 현장에서 이식 대기자에 대한 생존 가능성을 극적으로 높인다. 특히 심장이나 신장과 같은 중요 장기는 대체 치료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증이 환자의 삶을 좌우한다. 2022년 기준 국내 이식 대기자는 4만 명에 육박하지만, 뇌사 기증은 연 400건 이하로 공급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글로벌 선진국에서는 뇌사 장기기증 비율이 100만 명당 20건을 넘어선 데 비해, 국내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은 정책적 교육과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증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회적 인식, 기증 서약률, 가족 동의율 등의 장벽이 여전히 뚜렷하다.
장기기증 관련 법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뇌사 판단, 기증 동의, 이식 절차가 관리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와, 조직 매칭 효율을 위한 정보시스템 고도화, 이식 대기 정보의 실시간 제공 등 IT 활용이 제도 개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 기증 희망 등록자에 대한 사전 교육, 의료진 권한 강화 등 윤리적·제도적 요소도 병행돼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증 사례 확산이 의료 현장 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 의식에도 전환점을 만들 것으로 내다본다. “단일 기증 건이 수십 명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제도적 지원과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며 “기증 문화의 확산이 질병 극복과 의료산업의 성장을 동시에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기증 사례가 실제 생활 속 장기기증 인식 전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디지털 기반 기증자 관리와 매칭 시스템 개선이 이식 대기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