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가 남긴 불멸의 불꽃”…김히어라, 깊어진 내면 연기→관객 가슴에 흔적을 남기다
밝은 무대 위로 김히어라가 걸어 나오자 관객석에는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감돌았다. 시간이 흐르며 프리다 칼로의 생을 한 올 한 올 풀어내는 그의 연기에는 어둠과 빛이 교차하며 무게감 있는 울림으로 극장을 압도했다. 김히어라가 그려낸 프리다는 가시밭길을 걸어온 예술가의 슬픔과 환희가 뒤섞인 모습 그대로였다.
뮤지컬 ‘프리다’는 불의의 사고와 유산, 남편의 배신 등 상처투성이 인생에도 불구하고, 삶과 예술에 대한 집념을 잃지 않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을 액자 형식으로 담았다. 고통과 불행을 붓 끝에 담아내며 세상을 향해 “VIVA LA VIDA!”라고 외치던 프리다 칼로의 생애에는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용기가 짙게 드리워졌다. 자신을 무너뜨릴 시련이 닥칠 때마다, 김히어라는 강단 있는 목소리와 섬세한 표정 연기로 관객을 프리다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특히 극 중 김히어라는 전 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와 더욱 풍부해진 감정선을 펼쳐냈다. 유려한 딕션과 확고한 성량, 집중력 넘치는 무대 장악력까지 더해지며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프리다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어냈다. 교통사고의 기억, 남편 디에고와의 이별과 재회, 세 번의 유산 등 삶의 상처는 강렬하고 절절한 연기로 승화됐다.
11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순간순간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독무와, 관객과의 애드리브가 절묘하게 이어지며 공연장 전체가 프리다가 전하는 열정으로 가득 찼다. 슬픔의 넘버가 흐를 때마다 관객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또 한 명의 화제, 뉴 캐스트 유연정 역시 ‘메모리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인생에 슬픔이 있어야 빛이 난다”는 명대사처럼, 어둠이 짙어질수록 프리다 칼로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어떠한 시련에도 잠들지 않는 그녀의 불굴의 의지는, 오롯이 관객의 가슴에 영원한 불꽃으로 남았다. 각자의 삶에 자극과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프리다가 건네는 불멸의 열정은 오래도록 소중한 잔상으로 남는 공연으로 기억된다.
뮤지컬 ‘프리다’는 9월 7일까지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