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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연구로 본 오이·고수 기호의 과학”...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선택의 새로운 기준 제시→차세대 맞춤 영양 전망
IT/바이오

“유전자 연구로 본 오이·고수 기호의 과학”...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선택의 새로운 기준 제시→차세대 맞춤 영양 전망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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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와 고수에 대한 개인적 기호의 이면에는 과학적 원리가 작동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이의 쓴맛과 고수의 비누 같은 향을 감지하는 과정이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달라진다고 밝혀졌다. 단순한 미각의 차이가 아니라, 유전자 정보가 식품 선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이에 함유된 쓴맛 성분 ‘쿠쿠르비타신’에 대한 감수성은 TAS2R38 유전자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수행된 연구(2010)에 따르면, 이 유전자에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은 오이의 쓴맛을 최대 1000배까지 강하게 인지한다. 반면, 같은 식품을 둔감하게 느끼는 이들은 쓴맛을 거의 감지하지 않는다. 이 같은 미각 차이는 동아시아 인구 집단에서 비교적 높은 빈도율을 보인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유전자 연구로 본 오이·고수 기호의 과학
유전자 연구로 본 오이·고수 기호의 과학

고수에 대한 호불호 역시 유전적 변이가 열쇠를 쥔다. 고수 특유의 알데하이드 향 성분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OR6A2 유전자 변형은 동아시아 인구에서의 빈도가 높음이 유타대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중동·남아시아 인구에 비해 동아시아인들이 고수의 ‘비누 맛’을 더 강하게 느끼는 생물학적 근거가 설명된다.

 

이들 유전자 연구 결과는 식품 취향의 다양성과 이를 고려한 맞춤형 식품 개발에 학술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양 가치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기호에 의해 섭취가 좌우되는 오이와 고수에 대한 관점 변화 역시 촉진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선 식품의 선택·보관법까지 포함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건강한 식사 습관 확산을 강조했다.

 

향후 유전체 기반의 미각 연구와 맞춤 식단 개발이 IT·바이오 융합 분야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훈 식품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은 “유전자 정보에 의거한 식품 맞춤화가 소비자의 행태와 식품산업 전반에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류의 오랜 식문화 속 기호와 선택, 그리고 과학의 만남은 앞으로도 심층적 해석과 기술적 진화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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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tas2r38#or6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