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 추진력도 곤충이 가르쳤다”…아주대, 초소형 자가변형 로봇 개발로 주목
소금쟁이과 곤충 라고벨리아(Rhagovelia)의 움직임을 모사한 초소형 자가변형 로봇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로봇은 자연의 현상을 초정밀 메커니즘으로 구현, 빠른 물살과 수면 위에서도 자유롭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추진 기술로 IT·바이오 융합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생체기반 자율형 로봇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아주대 고제성 교수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사업 지원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곤충 라고벨리아의 부채꼴 다리 구조를 정밀 모사한 초소형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성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의 표지 논문으로 공식 등재되며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라고벨리아는 물 위를 오가며 적응하는 데 최적화된 다리 구조로, 끝단에 위치한 팬(fan) 형태가 순식간에 펼쳐져 추진력을 얻고, 수면 위에선 즉시 접혀 저항을 줄이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갖는다. 기존에는 이 과정이 주로 근육 등 내부 구동에 의해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연구팀은 자연 환경(탄성-모세관 현상)과의 상호작용 자체가 다리의 변형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

로봇 개발에는 실리콘 끈 형태의 인공 털 21가닥과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 기반 인공 근육이 장착됐다. 전체 무게 0.23g의 초소형 설계임에도, 물속 또는 수면 위 각 환경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초고속 팬 구조가 구현됐다. 이 결과 로봇은 체장 대비 초당 1.96배에 해당하는 전진, 초당 206도에 달하는 회전 속도를 기록하며 실제 곤충 동작의 정밀 재현에 성공했다. 기존 단순 다리구조 로봇들과 달리 실시간 회전·제동 등 복합 기동까지 실증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일보가 인정된다.
이 같은 메커니즘은 별도의 센서나 복잡한 제어회로 없이도 환경 변화에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기계적 지능(mechanical intelligence)’의 구체적 사례로, IT-로보틱스-바이오 경계 융합에 신호탄을 쏘았다. 전문가들은 기존 IT 기반 마이크로로봇 대비 유연성·동작 속도에서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실질적 시장 적용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수상 수색, 구조용 로봇 등 미니어처 로봇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으며, 고정밀 웨어러블(착용형) 장치 및 촉각 디바이스 분야로의 확장도 언급된다. 고 교수는 “스마트워치 등 센서·전자부품의 소형화 집적화가 이미 상당히 진전돼 있다”며, 무선 전력공급이나 에너지 인베딩 등 차세대 파워 소스 활용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이번 연구는 선도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일본, 중국 등도 수서 곤충의 기동 특성을 모사한 로봇 개발을 시도했으나, 환경 상호작용 기반 자가변형 원리를 규명하고 기술화까지 성공시킨 사례는 전무했다. 국제 공동연구로 기술 우위를 확보한 점에 과학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상용화에는 남은 기술적 관문도 존재한다. 제어 및 전원공급 체계의 대형화, 센서 집적, 에너지 공급방식 등에서 추가 연구개발이 요구된다. 로봇 윤리, 개인정보보호 등 분야에서의 사회적 논의도 꾸준히 병행될 전망이다.
연구자들은 “기술 상용화가 현실화된다면, 자연에서 찾아낸 해법이 IT·바이오 융합산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로봇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또 새로운 인간-기계 상호작용의 미래를 열지에 주목하고 있다.